美38노스, 北풍계리 핵실험장-동해와 서해 상 北잠수함 출현·원양 훈련 주목
  • 북한이 지난 29일 조선중앙TV 등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화성-14형' 발사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북한이 지난 29일 조선중앙TV 등 선전매체를 통해 공개한 '화성-14형' 발사 장면.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북한이 지난 28일 오후 11시 41분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인근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정점 고도 3,700km, 거리 998km를 40분가량 비행한 뒤 홋카이도 인근의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과 일본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는 “독자적 대북제재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하계휴가를 떠났다. 청와대 직원들 또한 대통령 휴가에 맞춰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미국과의 미사일 협정 개정,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 전개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에는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을 만한 방안이나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한편 미국과 일본은 북한이 다음번에는 어떤 도발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다음 번 도발은 핵실험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다수의 한국 언론들은 “이번에 쏜 ‘화성-14형’ 미사일을 일반적인 발사 각도로 쏘았다고 가정할 경우 사거리가 최소 8,000km에서 최대 1만 km에 이를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내세워 “美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운반 수단을 가진 북한에게 남은 과제는 핵탄두 소형화”라며 “따라서 머지않은 시기에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美‘38노스’ 등이 과거에 분석한 “북한은 2016년 이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언제든지 핵실험을 실시할 준비를 해 놓고 있다”는 내용을 인용하며, 북한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다음 번 도발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상을 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외부 세계의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하면서 허를 찌르는 식의 도발을 계속 해온 점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아시아권의 일부 언론은 북한 잠수함들이 원양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신포항 일대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의 추진 로켓엔진 시험을 하는 모습 등을 들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망은 다양하지만, 북한 지도부가 북한에게 군사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국의 눈치를 본다면, 다음 번 도발은 SLBM 보다는 핵실험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근거는 2017년 들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궤적, 美정부 고위층의 발언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을 비롯해 美정부 고위층은 “북한이 美본토에 핵공격을 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밝혀 왔다. 북한 김정은은 여기에 응답하듯 핵실험보다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더욱 열을 올렸다.

    북한은 지난 5월 14일 SLBM인 ‘북극성-1호’를 지상발사 형으로 개조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발사했다. 지난 7월 4일과 28일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궤적을 살펴보면, 올 상반기까지는 주로 동쪽을 향했다면, 7월 28일에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동쪽으로 한참 올라간 궤적을 보인다.

  • 日홋카이도 일대의 CCTV에 촬영된 北'화성-14형' 탄도미사일의 탄두. 왼쪽에 별처럼 빛나는 것이 북한 미사일 탄두다. ⓒ日NHK 관련보도 화면캡쳐.
    ▲ 日홋카이도 일대의 CCTV에 촬영된 北'화성-14형' 탄도미사일의 탄두. 왼쪽에 별처럼 빛나는 것이 북한 미사일 탄두다. ⓒ日NHK 관련보도 화면캡쳐.


    고각 발사를 통해 3,700km를 올라간 탄도미사일은 이후 홋카이도 북서쪽 공해상에 떨어졌다. 이때 탄두가 밤하늘의 유성처럼 빛나면서 바다로 떨어지는 장면이 홋카이도 일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낙하한 ‘화성-14형’의 원래 궤적을 계속 이어나가면 북극해에 닿는다. 더 이어가면 美본토에 다다른다.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 美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어 양자 대화에 나오게 하려면, 美본토에 미사일이 다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화성-14형’을 보다 멀리 쏠 수도 있지만, 이는 북한이 美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 ICBM 한 가지라는 의미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핵무기 다종화’를 자랑하기 위해 공해상에 잠수함을 보내 수중에서 SLBM을 발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전 세계 핵보유국이 가장 경계하는 무기가 SLBM이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SLBM에 매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태평양이나 북극해, 대서양 공해상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美본토로 쏘면 대응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태평양이나 동해상에서 SLBM을 발사한다면,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아직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양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차라리 풍계리 지하에서 소규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더 낫다.

    북한이 도발을 벌이는 시기는 김정은의 생각에 달려있지만, 시기상으로는 8월 15일 광복절 전후 또는 9월 9일 북한 건국절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때도 한국 정부가 대응할 방법은 ‘사드 조기 배치’ 외에는 없다. 한미 동맹을 통한 억지력 강화도 어렵다면 한국 정부는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