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제작진,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 기획안 제출시사제작국 "노조원이 민노총 위원장 문제 다룰 경우 공정성 담보 힘들어"'제작 불허' 통보 받은 PD수첩 제작진, "방송 제작 거부" 보이콧 사태 야기
  • MBC 간판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PD수첩'이 2주째 결방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1일 PD수첩 제작진이 '제작 거부'를 선언함에 따라 25일자 방송을 '100분 토론'으로 대체했던 MBC는 31일 현재까지 제작진과의 협상이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또 한 번 대체 방송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MBC는 오는 1일 'PD수첩'을 결방처리하고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100분 토론' 시간대를 앞당겨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PD수첩 제작진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자신들이 기획한 아이템이 가감없이 전파를 타는 것이다.

    앞서 PD수첩 제작진은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주제의 기획안을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에게 제출했으나 조 국장은 해당 아이템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작진에게 '제작 불허'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징역 3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명문제를 PD수첩 소속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다룰 경우, 이해 상충에 따은 '제척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란 달라진 제목을 들고, 다시 한 번 조 국장에게 '제작 허가'를 요청했다. 제작진은 민중총궐기를 이끌다 수감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백남기씨 등의 사례를 통해 노동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해본다는 취지의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조 국장은 "기획 내용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여전히 공정성과 객관성 보장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히며 '불허'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두 차례나 기획안이 반려되는 굴욕을 겪은 제작진은 21일 사측의 자율성 침해가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며 제작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제작진의 보이콧으로 방송이 무산될 지경에 이르자 이번엔 MBC 시사제작국이 발벗고 나섰다.

    시사제작국은 21일 "PD수첩이 마침내 언론노조의 상부기관인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제작진이 제안한 기획안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를 위반할 수 있는 만큼,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사제작국은 "불과 두 달 전에 내려진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는 것은 자칫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뿌리째 부정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이런 내용의 방송을 하려면 광범위한 법률 검토와 함께, 정교하고 폭넓은 취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뒤 "그러나 방송 날짜를 불과 2주 남짓 앞두고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상균 위원장 관련 방송이 사안의 중요성 만큼의 충실하고 밀도 있는 취재를 담보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시사제작국의 입장에 PD수첩 제작진은 "사측의 주장은 앞으로 민주노총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취재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오히려 간부들이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후 수차례 성명을 주고 받은 양측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PD수첩의 선임 PD인 이영백 PD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데 격분한 제작진은 28일 MBC 경영진과 일부 임원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 법정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제작 거부에 동참 의사를 밝힌 제작진은 일부 기자들을 포함해 30여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시사제작국에는 '시사매거진 2580'과 '경제매거진', '생방송 오늘 아침' 같은 장수 프로그램들이 포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