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주재국 언어 능력 겸비 대사 '금상첨화'…현실적으로 어려워"
  • 북핵·탄도미사일 등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4강(미·중·일·러) 대사'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7월 28일 시험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 북핵·탄도미사일 등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4강(미·중·일·러) 대사' 인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 7월 28일 시험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북한 문제를 두고 ‘코리아 패싱’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가운데 ‘차기 한반도 주변 4강(미·중·일·러) 대사’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한국이 맞닥뜨린 문제는 북한 핵무기·탄도미사일 개발뿐만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임명할 차기 주변 4강 대사들은, 독자 대북제재와 함께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군의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국민을 내세워 군사력 강화 욕심을 내비치는 일본, 그리고 무력을 써서라도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 사이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지켜야 한다.

    주변 4강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함과 동시에 강대국들의 서로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는 것을 막고, 북한에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때문에 차기 주변 4강국 대사들에게는 국제관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주재국 언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조건이 필수적이다.

    현재 현재 한국이 전 세계에 두고 있는 163개 재외공관(상주대사관 114개, 영사관 44개, 대표부 5개) 가운데 모두가 주재국 언어에 능통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라면 그 나라 말 정도는 잘 해야 하지 않을까.

  • 강경화 외교장관.ⓒ뉴데일리 DB
    ▲ 강경화 외교장관.ⓒ뉴데일리 DB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21일, 공석을 제외한 각국 주재 대사와 공관장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국 차기 대사를 곧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한 달 넘게 소식이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아직 후보군을 검증 중이라고 한다.

    이에 차기 대사를 두고는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주변 4강 대사들의 언어 능력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안호영 주미 대사는 평소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2년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전략대화에서 “미국 대표단보다 영어가 더 좋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안호영 주미 대사는 2010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는 G20 대사로 정상회담 의제 조율, 참가국과의 협력도모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이를 통해 이명박 前대통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2013년 외교부 1차관에 발탁됐다.

    이준규 주일 대사는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동아시아 국가 담당으로 일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일본어 실력이 우수했는데 1995년 일본 게이오大에 방문연구원으로 연수를 다녀오는 등의 교육을 통해 더욱 좋아졌다고 한다. 그는 1996년에는 주일대사관 참사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준규 주일 대사는 2016년 7월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지일파(知日派)로 설명해도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노벽 駐러시아 대사 또한 러시아 통이다. 그는 1991년 駐러시아 대사관 1등 서기관을 역임했으며, 1993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관계大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같은 이력 덕분에 박노벽 대사의 러시아어 실력은 현지인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박노벽 駐러시아 대사는 지난 1월 러시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러 양국 간의 사회·문화·경제 협력에 대해 유창한 러시아어로 설명하는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고 한다.

  • 러시아 매체 'Моя Столиц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러시아 'Моя Столица' 유튜브 게재 영상 화면캡쳐
    ▲ 러시아 매체 'Моя Столица'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러시아 'Моя Столица' 유튜브 게재 영상 화면캡쳐

    김장수 駐중국 한국대사는 영어와 독일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이 되지 않는다. 언론에 공개된 그의 약력에도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없다.

    4강 대사 외에 유럽연합(EU) 회원국 주재 대사들의 언어 실력도 알아보았다.

    이경수 駐독일 대사는 2002년 駐오스트리아 대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최소한의 독일어는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한인 매체 ‘유로저널’에 따르면 이경수 대사는 ‘독일어’ 능력에 관한 질문을 받자 “간판이나 꼭 필요한 용어에는 익숙해진 거 같다”면서 “과거에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공부했고, 前근무지도 연관이 있어서 언어소통에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다”고 밝혔고 한다.

    박희권 駐스페인 대사는 '레반떼(Levante)'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활발히 진행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매체 기자가 참석한 자리에서 스페인어로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는지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렇듯 한반도 주변 4강국 대사 가운데 3명은 현지어에 능통하고, EU 회원국 대사 가운데 일부는 일정 수준의 현지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외교부 안팎에서 나도는 주변 4강국 대사 관련 하마평을 보면, 주미 대사로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위성락 前 駐러시아 한국대사, 임성남 외교부 1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주중 대사로는 더불어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주일 대사에는 김성곤 前민주당 의원과 하태윤 駐오사카 한국총영사이, 駐러시아 대사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러시아에 특사로 다녀온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이 해당국가 언어를 얼마나 능숙하게 구사하는지, 현지 법규와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아직 검증을 받지 않은 상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 4강 대사를 포함해 비영어권 국가 대사들이 현지어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현실적으로 (주재국 언어 능력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는 것) 이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대사들의 주재국 언어 능력은 공공 외교가 중요시 되는 국제사회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주요국 대사가 현지 언어 능력까지 겸비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라면서 “대사 개인에 대한 주재국의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