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정통부 세종 이전… 의회·행정수반·행정각부 유격은 심화돼
  •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광화문·경복궁·구 중앙청 부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광화문·경복궁·구 중앙청 부지.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을 내후년까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이전'을 오는 2019년까지 마무리짓기로 하고, 비서실과 경호실도 이전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관련TF 성격의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가 행정안전부 내에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할 공간을 내기 위해, 현재 정부서울청사에 남아 있는 행안부는 한 해 앞선 2018년까지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한다. 이 때, 경기도 과천에 남아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함께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는 공무원이 1000명에 가까운 대형 부처이기 때문에, 행안부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전하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경호실을 위한 공간 확보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종시에 행안부가 입주할만한 빈 청사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일단 민간 건물을 임차해 빌려쓰다가, 2021년까지 행안부와 정통부가 입주할 새 청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계획이 확정되면 2019년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은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해 이른바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열리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대통령이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퇴근길에 남대문시장에도 불쑥 들러서 상인들과 소주도 한 잔 나누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었다.

    공약이 실현되면 현재의 청와대 자리는 한반도 최고권력자의 집무공간으로서의 위상을 80년 만에 내려놓게 된다.

    일제는 지난 1926년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 조선총독부를 건설한 뒤, 총독관저를 마련하기 위해 인근 부지를 물색해왔다. 1937년 지금의 청와대 부지를 선정한 일제는 2년 만인 1939년 총독관저를 완공해, 제7대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가 첫 입주를 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존 리드 하지 미 군정사령관이 그대로 입주해 자신의 관저로 사용하다가,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 박사에게 이양했다. 이승만 박사는 이 공간을 경무대(景武臺)로 명명해 계속해서 대통령관저로 사용했다.

    이후 1960년 윤보선 대통령이 경무대에서 청와대로 한 차례 이름만 바꾸었을 뿐, 역대 대통령이 계속해서 관저 겸 집무공간으로 활용해왔다. 내후년에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되면, 건국으로부터는 71년 만에, 미나미 지로 총독 이래 한반도 최고권력자의 공간으로서는 무려 8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청와대·정부는 현재의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 기념관으로 변경하고, 일반 시민에게 개방해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계획이 예정대로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내달부터 열릴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령의 개정 및 예산 확보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경호실이 들어오려면 정부서울청사를 리모델링해야 한다. 대통령 경호규정에 맞춰 관련 시설을 보수·개조해야 하고, 유사시에 대비한 각종 시설물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예산은 적지 않은 액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행안부·정통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려면 '행정중복도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행안부와 정통부가 입주할 신청사를 세종시에 2021년까지 건립하려면 148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가 현재의 삼청동 공관을 비우고 세종시로 완전히 옮겨가게 될 경우에는, 국회와 대통령 집무공간, 행정부처의 유격이 더욱 심해진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건국 직후에는 대통령관저와 행정부, 의회가 모두 지척에 있었다. 대통령관저는 현 청와대의 위치에 그대로 있었고, 국무총리와 주요 행정부처는 지금의 경복궁 자리인 중앙청에 입주해 있었다. 국회는 세종대로 서편의 지금의 서울시의회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도보로 이동하더라도 10분 거리 이내에 있었다.

    국회가 먼저 1975년에 여의도로 이전했고, 행정중복도시 계획은 2006년에 확정돼 2012년부터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내후년에 대통령 집무공간마저 관저와 분리되면 의회와 행정부 수반, 행정부처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만 더욱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국은 국회의사당과 백악관, 주요 행정부처가 워싱턴DC의 국가상징거리(내셔널 몰, National Mall)에 모두 밀집해 있고, 일본도 의회와 총리관저가 있는 나가타초(永田町)와 행정각부가 있는 가스미가세키(霞ケ關)가 딱 붙어 있어 도보로도 이동 가능하다"며 "차제에 대통령 집무공간의 여의도 이전도 생각해봄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