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이라고 내놓은 게 '1수업 2교사제'… 네티즌 "미봉책에 불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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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의 초등교사 선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40% 감축된 가운데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대비 8분의 1수준인 105명을 초등교사 선발 인원으로 확정했다. 직격탄을 맞은 교육대학교 학생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시교육청이 3일 발표한 ‘2018학년도 서울특별시 공립 중등학교 교사 선발예정 인원’에 따르면
    올해 초등교사 신규 선발인원을 105명으로 대폭 축소한다. 감축 이유는 대표적으로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초등학생 수는 273만명(2014년), 271만명(2015년), 267만명(2016년)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교육 당국은 이런 추세를 감안해 신규 교사 인원을 감축해야 했지만, 그간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임용시험을 합격해도 학교에 발령받지 못하는 대기자 수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등교사 임용 대기자가 3,817명이다. 서울 지역에만 1,000명에 달한다.

    교사 선발인원 감축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육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 700여명은 4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과 교원 증원에 대한 약속과 달리 예비교사들에게 그 부당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책임을 4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달려온 학생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올해 교사 3,000명을 추가 임용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초등교사 6,300명을 증원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원을 더 충원할 수 있는 ‘1수업 2교사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모습이다. 인터넷상에는 “공교육의 질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6일 “올해 교육부의 초등교사 유보정원 가운데 최대 60명과 1수업 2교사제 조기 도입에 따른 올해 추가 정원 300명을 포함해 모두 360명의 신규 선발정원을 확보할 계획으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이번 주 초 교육부와 이를 협의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1수업 2교사제’를 내년 2학기부터 초등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기 도입해 매년 300명씩 추가 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이 처음 발표한 신규 선발인원 105명에서 360명을 더해 총 465명이 올해 뽑히게 된다.

  • ⓒ교사 선발인원 감축과 관련한 네이버 카페 반응
    ▲ ⓒ교사 선발인원 감축과 관련한 네이버 카페 반응

    시교육청이 내놓은 방침에 네티즌은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이용자 para****는 “1교실 2교사 정책이 실시됨으로써 현장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나 두렵다”면서 “특히 저학년일수록 교사가 정한 규칙, 교사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받는데, 한 교실에 2개의 철학이 존재한다면 학생들에게 심각한 영향이 올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아이디 jjoo****도 “하물며 어린이집도 1클래스 2담임보다 아동 수를 줄인 1클래스 1담임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시범학교라도 운영해 보고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지 보고 ‘1교실 2교사 정책’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이 불과 4일 만인 7일에 당초 교사수급 정책의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숙고기간’을 거치지 않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경인교육대학교 대나무숲에는 5일 ‘티오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1교실 2교사제는 교사 간 교육 철학의 충돌로 인한 학생들의 혼돈을 가중시킬 수 있다. 1년이 걸려도 한 선생님과의 감정적 관계 형성에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2명이 되면 오히려 학생 정서에 안 좋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업무 분담도 안 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따라 1교실 2교사제를 대신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원을 증원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 이용자 whit****는 7일 “1교실 2교사제도 같은 경우 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없어 교대생, 현직교사들도 반대하는 제도”라며 “학교를 무리한 일자리 창출의 장으로 보지 말고 이제라도 비정규직 강사제도 페지하고 학급당 실질적인 학생수 경감으로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주교육대학교 대나무숲에는 5일 “학급당 학생 수가 아직 너무 많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에게 통제와 규칙을 먼저 가르치게 된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1학급 2교사제보다 효과적이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TO도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 대표는 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저출산 기조와 초등학생 수 급감으로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면서 “교대생들을 고용절벽으로 밀어 넣어 재능을 낭비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거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62세 정년퇴직하는 교사에 대해 일정 연령(55세)을 정해 그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신규 교원을 고용하는 데 여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또한 “학생 수가 2010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의도 없이 교원 수를 늘리겠다는 ‘1교실 2교사제’는 그야말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고 잘못된 행정”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인구통계학을 고려해 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초중교 교사들은 월급을 많이 받는 편에 속하는데 앞으로 교육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