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KBS2 예능프로 '냄비받침'출연해 과거 정권과 현 정권 향한 온도 차 드러내"나로 인해 운명이 갈리는 사람이 많나보다"며 은근한 입지 과시도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굳히기'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8일 밤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한 박 시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할지를 묻는 진행자 이경규씨의 질문에 "추석 전후로 결정할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 여부는 내년 지방선거 최고 이슈 중 하나로, 최근 몇달 간 정치권 화두로 오르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우상호, 추미애, 박영선, 이재명 등이 쟁쟁한 경쟁상대로 거론되면서 당내 치열한 경선이 예상된다.

    이 와중 지상파 예능에 출연해 각종 정치적 일화를 언급한 박 시장의 행보는 다분히 3선 목표를 향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해당 방송에서 박 시장은 광화문 광장의 분수와 보도블럭 등 시정 성과 홍보로 포문을 열며 대화를 이어갔다.

    박 시장은 "(3선 도전여부)를 워낙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사람이 많나 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본인이 만만치 않은 경선 후보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3선 도전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 시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여권 내부에선 '근거 있는 자신감인지', '최후의 자기 어필인지'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분위기다.

    이날 방송의 압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구애였다.

    박원순 시장은 "문 대통령은 저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배경이 비슷하다"며 "문 대통령과 36년지기인데 항상 신중하고 변함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올해 대선 경선 당시 경쟁자이던 문재인 후보를 향해 '청산돼야 할 기득권 세력'이라고 비난하며 당내 잡음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서는 "그 때 헛발질 한 번 한 거 가지고... 그래도 형님답게 다 용서하고 하신 것 보면 형님은 형님, 키워드를 형님으로 좀 바꿔달라"고 했다.

    지난 우파 정부 10년을 향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드러냈다.

    이날 방송에서 박 시장은 "지난 정권까지는 방송이 다 취소돼서 한 번도 못 나왔다"고 말하며 "이경규씨가 하던 방송에만 나갔어도 지지율이 (높을텐데), 길거리 봐, 나는 모르는 사람이 있어도 이경규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서울시장 4년치 월급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해 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라고 말끝을 흐리며 "대통령이 된 후에는 나를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무상급식 등 당시 좌편향 논란이 일었던 시정과 관련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서울시를 내팽개치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잘 이끌고 나가겠다는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로 거센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서는 "정치적 은인이지만 올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문준용 조작 제보사건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같은 박원순 시장의 발언을 두고 "지난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올해 대선과 현 정권에 대한 정당성이 주어진다"며 "결국 이는 문재인 정부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그로 인해 본인의 3선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보여주기 행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2014년 서울시장 재선운동 기간에 보여준 박 시장의 백팩, 낡은 구두, 운동화 등 파격적인 서민패션이 친서민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에 박 시장은 "나는 원래 늘 현장을 좋아한다"고 맞받았다.

    "걷고 싶은 도시, 일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 시장으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전한 박 시장은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얼마 안됐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불충"이라며 다시 한번 '형님' 문 대통령을 향한 구애를 드러내기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