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상 불가능… 분당 시에는 가설정당 등장할 듯

당 내홍 때마다 "별도 교섭단체"… 가능할까

'정계개편의 갈림길'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에 정치권 '촉각'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8.09 13: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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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정당이 내홍에 빠질 때마다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별도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과연 가능할까.

안철수 전 대표의 8·27 전당대회 출마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연일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배숙·장병완·유성엽·황주홍·박준영·장정숙 의원은 8일 저녁에도 의원회관에서 모여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현안에 관해 의견 교환을 이어갔다.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탈당은 하지 않은 채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교섭단체만 따로 꾸리는 '한 지붕 두 가족' 해결책이다.

이는 정당이 내홍에 빠질 때마다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곧잘 나오는 방안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싸고 내홍에 빠졌을 때도 이러한 방안이 제시됐다. 안철수 전 대표가 노무현정권에서 교육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자, 천정배·주승용 등 중진 7인 의원은 '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 카드로 맞섰다.

결국 '김병준 비대위원장' 안은 좌초되고, 지금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이 비대위원장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말 탄핵 정국에서 구 새누리당 내의 친박계와 비박계가 극렬한 갈등을 겪을 때도 비슷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탈당은 일단 보류한 채 비박계가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비례대표 의원들 때문이다.

내홍이 심화돼 살림을 따로 차려 갈라서는 분당(分黨)이 결행된다고 하면 당적을 떼옮기는 탈당(脫黨)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지역구 국회의원은 탈당을 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탈당을 하는 순간 공직선거법 제192조 4항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의원직을 상실하면서까지 탈당을 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딴살림'을 차릴 방안을 강구하다보니 '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생각에 닿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현재 의석 40석 중 비례대표 의원이 13석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의 명분으로 내건 '극중주의(極中主義)'를 가리켜 "불싯(Bullshit·헛소리)"이라고 일축한 이상돈 의원이나, 안철수 전 대표 출마 만류 운동에 적극 관여하고 있는 장정숙 의원 등이 모두 비례대표다. 이들은 안철수 전 대표에 반대하더라도 당적 이탈은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당적을 유지하는 가운데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이다. 국회법 제33조 1항은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고 규정한다.


교섭단체가 된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은 임의로 그 교섭단체의 구성원이 되거나 안 되거나를 선택할 수 없다. 따로 다른 교섭단체를 형성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말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도 '별도 교섭단체 구성'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따로 교섭단체를 꾸리려면 탈당을 해야 하는데, 탈당한 뒤 굳이 새로 당을 차리지 않더라도 무소속 상태에서 서로 연대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가능하다.

국회법 제33조 1항 단서에서는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인 이상의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까운 선례로는 2008년 5월, 18대 국회 원구성 협상 중에 18석의 자유선진당과 3석의 창조한국당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선진과 창조 모임'이라는 명칭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적이 있다.

이같은 무소속 연대 형식의 교섭단체나 가설정당(假設政黨)은 정계개편 과정에서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2일 교통방송라디오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설사 분당이 이뤄진다 해도 그건 내가 주장했던 당대당 통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당내 분란 때문에 오는 이탈을 받아야 하는지는 당내 총의를 모아볼 필요가 있고, 아직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자였던 우상호 전 원내대표조차도 탈당과 개별입당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당을 나왔는데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면, 흔히 '제3지대'라고 표현되는 정치권의 어딘가에 모여 잠시 추이를 지켜보다가 행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가설정당이다.

현 여권이 약 10년 전 '헤쳐모여'식으로 정계개편을 모색할 때에도 이와 같은 가설정당은 여러 차례 등장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중도통합민주당·대통합민주신당 등이 모두 그런 정당들이었다.

예를 들어 안철수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대표가 된 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가 추진되거나 이를 넘어 제3당 통합 논의가 이뤄진다면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촉발되게 된다.

이 때를 노려 가설정당에 머물던 인사들도 자칭 범(汎)개혁세력 대통합을 명분으로 민주당과 통합에 나설 수가 있는데, 정계개편의 추이를 지켜보는 공간이던 가설정당은 이 때 통합의 교섭력과 '몸값'을 높이는데도 유용하게 작용된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도 "안철수 후보가 예를 들어 당대표가 됐는데, 그 이후에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분열이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라며,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사실상 탈당'해 있는 비례대표 김현아 의원과 유사한 제2·제3의 사례가 현 여권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실제로 분당 수준의 분열까지 가느냐 마느냐는 8·27 전당대회의 '성적표'와 그 이후 '안철수 체제'에서의 국민의당이 갖는 구심력이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 중진들과 안철수 대표의 반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는 안철수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가지는 정치적 힘이 있다보니 봉합되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들이 안철수 대표를 '아직 살아 있는 대권주자'로 봐주느냐 아니면 '꺼진 불'이라는 게 입증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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