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구속과 일자리 문제 연결은 '논리 비약'광복절 앞두고 "방송 나가면 '민주노총 지원방송' 오해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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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의 ‘제작 거부’ 사태를 두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다. 9일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6차 임시이사회’에서다.

    앞서 MBC PD수첩 일부 제작진은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획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불만을 품고 지난달 21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이에 MBC는 25일자 방송을 시사프로그램 '100분토론'으로 대체했다. 경영진과 PD수첩 제작진은 현재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도인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기획안을 반려한 이유에 대해 “기획안에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할 건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면서 “진실과 사실은 다르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만 나열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은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방문진 이사들은 기획안이 거부된 이유 중 하나인 ‘구체성’ 여부를 두고 다퉜다.

    이인철 이사는 이날 “기획안을 보면 취재 과정에 있어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식으로 인터뷰를 할지에 대해서 누가 봐도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 김광동 이사도 “(PD수첩 제작진이) 제출한 첫 번째와 두 번째 기획안의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면서 “제한된 시간과 전파를 갖고 국민에게 무엇을 알릴 건지에 대한 기획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유기철 이사는 “기획안이라는 게 처음부터 구체성을 띄면 좋겠지만 아이템에 따라 처음부터 구체성을 띌 수 없다”면서 사랑을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을 예로 든 뒤 “처음부터 구체성을 띄지 않았다는 건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 같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제작을 하다 보면 아이템의 성질에 따라서는 2차 3차 기획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 “PD수첩 제작진과 좀 더 대화와 소통을 하면서 구체적인 기획안을 조율 할 여지는 없었냐”고 말했다.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 문제를 국내 노동문제와 연결 짓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인철 이사는 “(기획안에는) 민중총궐기를 얘기를 하다가 노동의 현 주소를 지적하는데 폭력집회로 법원에 판결된 내용을 갖고 양극화, 일자리 등 노동문제로 연결 짓는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복절을 앞둔 8월 1일 해당 내용이 방송이 된다면 논란이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동 이사는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됐다고 얘기를 하면서 그가 과거에 말했던 ‘노동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를 소개하고 일자리 문제로 확대하는데 도대체 논리성을 찾을 수 없다”면서 “100만명 이상의 시청자가 PD수첩을 볼 텐데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개선할 부분과 이에 대해 어떻게 극복할 건지에 대해 좀 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완기 이사는 “제가 보기에는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시선과 우리 사회를 통해서 노동자들이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비춰주려는 기획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면서 “기획안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팩트들이 충실히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안에는 ‘일자리 문제 등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새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과제로 경제 문제를 꼽고 있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들의 직접적인 당사자를 대표하는 한상균 위원장은 범법자로 감옥에 갇혀 있다’라는 내용 등이 포함 돼 있다.

    시사제작국은 지난달 21일 “시사제작국은 21일 "PD수첩이 마침내 언론노조의 상부기관인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제작진이 제안한 기획안은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9조를 위반할 수 있는 만큼,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