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국민·바른 통합론 '불편'… 한 산에 두 호랑이라?

유승민, 김무성·안철수 접근 조짐에 '견제구'

김무성에겐 호기, 安측 문병호도 "바른정당과 선거연대 가능"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8.10 13: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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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공개 제기되는 등 양당의 접근 움직임에 바른정당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견제구를 던졌다.

안철수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내년 6·13 지방선거 선거연대를 넘어 통합 논의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 상황이 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민 "안철수와의 후보단일화, 어떤 말도 한 적 없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9일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종합편성채널의 심야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대선에서의 후보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승민 의원이 문제삼은 대목은 박지원 의원의 8일 밤 채널A 〈외부자들〉 방송분이다.

이 방송에서 박지원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내가 대선에서 안철수·유승민 단일화를 많이 이야기했다"며 "유승민 후보가 '나는 TV토론을 잘하니 (이번 대선에서) 좋은 이미지를 심으면 5년 뒤에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김무성 대표가 그러더라"고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막판에 국민이 바라던 비문(비문재인) 후보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무산이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거부한 것은 유승민 의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유승민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박지원·김무성 의원과 어떤 말을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며 "박지원 의원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했다.

◆김무성 "박지원·주호영과 만나 단일화 논의한 건 사실"

파장이 커지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도 해명에 나섰으나, 그 뉘앙스는 미묘했다.

김무성 의원은 같은날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런 말을 박지원 전 대표에게 전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박지원 전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와 셋이 만나 단일화 논의를 한 적은 있다"고 했다.

박지원 전 대표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만 해도 충분할 것을, 굳이 당시에 후보단일화 논의가 있었다는 것까지 밝힌 것이다. 당시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대표였으며,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병국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채널A 〈외부자들〉은 백주대낮에 방송되는, 정색하고 보는 정통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다. 밤 11시부터 방송되는 심야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이를 감안해서 박지원 전 대표의 표현에 다소 과정이 있다고 하면, 과연 발언의 본질이 허위사실인지 의구심이 남는다.

박지원 전 대표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후보단일화 논의가 있었는데, 유승민 후보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가 관건인데, 김무성 의원은 전단을 시인한 셈이다. 오히려 박지원 전 대표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고도 볼 수 있다.


◆'흘러간 옛 이야기' 다시 생명력 가지게 된 이유는

지금 이 시점에서 박지원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소개하고, 유승민 의원이 이를 정색하고 반박하며, 다시 김무성 의원도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공개하는 등 복잡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다 지나간 옛일'에 불과했던 국민의당·바른정당 간의 후보단일화 논의가 최근 정계개편의 흐름 속에서 다시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 3일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명분을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게 제3당"이라며 "국민이 대접받는 정치를 위해 튼튼한 제3당이 있어야 한다"는데서 찾았다.

천정배·정동영 의원이 출마하면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반응했다.

일련의 논리를 살피면 필연적으로 '제3당 강화'라는 귀결에 도달한다. 다당제의 틀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몸집을 늘리는 것만큼 좋은 길이 없다. 만약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이탈자 없이 온전히 통합에 성공한다면, 원내 의석은 무려 60석에 달해 그 어느 당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제3당' '확실한 원내 캐스팅보트'가 된다.

◆문병호 "바른정당과 선거연대도 할 수 있어"

최근 국민의당 내홍 속에서 안철수 전 대표 측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일부 읽힌다.

국민의당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이날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정당이 힘이 약할 때는 연대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제3의 길을 걷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검토할 수 있는 대상인데, 필요하다면 선거연대 같은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안철수 전 대표 측으로 분류되는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적대적 공생 관계의 양당제'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할 때부터 바른정당에 호의를 보여왔다.

이언주 원내수석은 지난 4월 6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대선 경선에서 바른정당이 스탠딩 끝장토론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굉장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정치적 철학과 노선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고민을 하는 것은 보수 쪽의 바른정당 분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었다.

같은날 국민의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치전략토론회 〈국민의당,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주대환 사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합당도 생각할 수 있고, 광역시·도당 차원에서 선거연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바른정당 내 역학관계 재편의 호기

한편으로 바른정당 측의 움직임은 어떨까.

바른정당은 본래 출범할 때는 김무성 의원이 대주주인 '김무성당'이었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봉대(奉戴)가 무산되고,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가 되면서 원심력이 커졌다.

결국 대선 캠페인 도중에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13인의 국회의원이 집단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와 관련, 하태경 최고위원은 "13명이 김무성 대표를 내팽개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스타일을 많이 구겼다"며 "내막을 내가 잘 아는데, 김무성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무성 의원은 당내 세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고, 바른정당은 일종의 '유승민당'으로 개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반기문 전 총장 봉대 실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로의 비문 단일화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승부수가 하나같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김무성 의원이 정치적으로 의기소침해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국민의당의 내홍과 통합론 제기는 일종의 '굴러들어오는 기회'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손을 잡으면 통합3당의 역학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

또, 영호남 통합과 지역정치구도 타파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인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다시 한 번 추진해볼 동력도 생긴다. 현재의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중심제를 고집하고 있어, 개헌정국에서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철수와 같은 방 쓰면 유승민은 불편… 통합 분위기에 제동

최근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광주광역시 등 호남을 찾아 "민주화의 성지 호남의 정신이 바른정당이 하려는 것과 맞닿아 있다"며 "호남에 와서 격려와 사랑을 많이 받아 꿈인가 생시인가 할 정도"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조만간 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도 단체관람할 예정이다. 계속해서 호남에 접근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권역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통합에 앞서 '거부감 줄이기'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다만 모두가 윈·윈하는 이 그림에서 유일하게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다.

정당은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구심력이 발생한다. 유승민 의원의 입장에서 보면 바른정당은 5년 뒤의 대선을 기약할 자신의 기반 정당인데, 갑자기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 3위를 했던 후보와 같은 방을 쓰게 된다고 하면 불편하다. 한 산에 호랑이 두 마리가 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통합론이 꽃피는 것도 불편한데, 지난 대선에서의 비문 후보단일화 시도까지 공개되고 심지어 그 단일화 노력이 자신 때문에 깨졌다고 설명된다면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례적인 반발과 해명 요구는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손실 없이 통합에 성공한다면 원내외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으며 지방선거에서도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의원이 견제구를 던지는 등 불편함을 나타내고 있고, 8·27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측도 국민의당 비주류로 남아 통합 노력을 계속해서 흔들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통합이 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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