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이 비교섭단체 참여 주장… 정우택 "여당의 들러리 정당 안돼"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청와대로 여야 원내대표들을 초청한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자리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청와대로 여야 원내대표들을 초청한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자리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뉴시스 사진DB

    정기국회가 다가오는데 입법과제 등 각종 현안을 논의해야 할 여야정협의체 구성이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례와 다르게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을 협의체에 끼워주려고 무리한 '허들 낮추기'를 시도하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 되레 협의체 표류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정치'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취임 직후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도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인사들을 청와대가 마구 강행 임명하면서 '국회 무시'의 태도를 보이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결국 대통령의 제안이 있은지 석 달이 다 돼가도록 여야정협의체는 구성되지 못하고 있다.

    초조한 것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기국회가 목전에 다가왔다. 그간 청와대가 발표한 증세 등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증세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정협의체에서의 논의가 절실하지만, 아예 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논의테이블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민주당이 정의당의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는 커녕 더욱 꼬이게만 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8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여야정협의체가) 내용은 거의 다 됐는데, 야당이 정의당 참여를 놓고 저렇게 반대를 하고 있다"며 "야당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탓을 돌렸다.

    이에 대해 야3당의 입장은 분명하다. 비교섭단체의 참여는 원칙도 명분도 없는 행태라는 것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름휴가 전인 지난달 27일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의체 구성은 책임 있는 원내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운영원칙을 파기하고 여당의 들러리 정당을 협의체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비슷한 무렵 취재진과 만나 "합의서까지 만들어놨고 그것(정의당 참여 문제)만 타결되면 된다"면서도 "정의당이 참여하면 새누리당도 참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정의당의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고집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는 물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도 이에는 반대 입장이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사진 왼쪽)는 정의당의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고집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는 물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운데)도 이에는 반대 입장이다. ⓒ뉴시스 사진DB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 입장이다. "정의당이 들어갈 것 같으면 의석수 하나 있는 새누리당도 넣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비교섭단체에게 문호가 열리게 되면, 또다른 원내정당도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막을 명분이 없다. 협치를 운운하며 비교섭단체의 여야정협의체 참여를 고집하는 민주당도 조원진 의원이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애국당 문제에 있어서는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

    결국 정의당이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밖에 없는 셈이다. 고립을 자처하면서까지 이러한 주장을 고집하는 우원식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인지 정의당 원내대변인인지 모를 노릇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이유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의당도 나한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나서서 설득을 해봐야 한다"고 했는데, 정의당은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을 설득할 생각은 않고 맹비난만 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기이한 형국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을 빼고 집권여당과 반대만을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보수야당이 (여야정협의체에) 앉아가지고는 5년 내내 야당들에게 질질 끌려만 다니고 아무 것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중대론'이 신경쓰였던 듯 "우리의 포지션은 항상 촛불개혁의 본부중대"라고 자처하긴 했지만, 여야정협의체에 들어가면 '반대하는 보수야당'과는 다른 입장으로 '질질 끌려다니지 않게 해주겠다'라는 뜻이어서 야3당을 설득하기는 커녕 반감만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의당을 빼고 여야정협의체를 개문발차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간 국회 요인들을 청와대에 초청할 때, 관례와는 다르게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측도 일관해서 초청해왔던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당을 여야정협의체에 꼭 집어넣으라'는 청와대의 뜻이 강하기 때문에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도 좀처럼 협상의 재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여야정협의체가 1대3으로 구성되는 것은 불리하다고 보아, 편을 들어줄 정의당을 포함해 2대3으로 구성하려는 의도라면, 석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한 여야정협의체 구성 제안의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교섭단체가 여야정협의체에 낀다면 조원진 의원이 있어 원내정당인 대한애국당도 참여해야 할텐데 그래서야 뭘 생산적으로 논의하겠느냐"며 "민주당은 야당 때처럼 원칙없는 생떼만 쓸 게 아니라, 이제 집권여당답게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