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직접협상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그것을 위한 막전(幕前) 수 싸움으로서 중국-북한에 최대한 블러핑(엄포)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노련한 흥정꾼이지 무사(武士)도 아니고 지사(志士)도 아니다.
그는 이익 지상주의자다. 이익 지상주의자가 전쟁을 한다?
이렇게 해서 어느 날 일어나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달라져
미-북 평화협상이 극적으로 착수되고 진행된다면,
최악의 경우 우리 앞엔 어떤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을까?
한국의 핀란드화(化)일 것이다.
힘이 쑥 빠진 '오리알 한국'의 가능성이다. 아니라고?
미국 대통령-행정부-의회-언론-씽크 탱크-국민여론이 한국을 끝까지 싸고 돌 것이라고?
사드 배치조차 퇴퇴 하는 한국-한국사람들이 뭐가 이뻐서 미국이 그래줄 것이고 그래줘야 하나? 속이 그렇게도 없는 미국인 줄 아나? 한-미 관계가 이렇게 서먹해지길 바라고 재촉해 온 세력은 지금 표정관리 하며 화장실에 들어가 웃고 있다.
이런 안보 무중력 상태에서 남북 연방제가 거론될 것이고,
권력이 아스팔트로 이동할 것이다.
외국자본 썰물, 코스피 하락, 불안한 민심, 괴담난무, 대중의 흥분, 광장의 험악,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뒤따를 것이다.
이런 분위기야말로 ‘새 하늘 새 땅’을 부르짖는 종말론(終末論)자들에게
결정적 9회 말 홈런을 날릴 계기를 부여할 것이다.
이렇게는 물론 안 된다.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중 쓸림’ 현상이 만성화할 경우 그렇게 안 되리란 법도 없다.
이 때 대중이란 ‘덩달아 뛰는 지식인’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대중이다.
이 대중은 이미 오늘의 알통-완장-마초(mach)로 나서 있다.
전국 도처에서, 갈등의 모든 현장에서. 사이키델릭(환각적) 군중파워-이들이 오고 있다.
이 상황은 전업(專業) 오르그(조직자)와 아지프로(선전선동가)들이
수 십 년 동안 기획하고 연출하고 추동해 온 시나리오의 대단원이다.
이렇게까지 되기엔 지켜야 할 사람들이 지키지 않고 못한 까닭이 크다.
그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지켰어야 했던 사람들'은 벗어날 길이 없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당해 싸다는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있어선 안 된다.
한 세상 넋 놓고 "설마 무슨 일 있을라고...?" 하고 방심하다
배가 가라앉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제 군말 없이 당해야지 뭐.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7/8/1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