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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주년 광복절 및 제69주년 건국절을 맞이한 대통령 경축사에 대북·대일·대국민 등 국내외 현안 전반에 관한 복잡한 메시지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건국절 경축식에서 낭독한 경축사에 △보훈 △대북 △대일본 △대국민통합 메시지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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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메시지 "독립운동가 3대까지 예우하겠다"
이날 경축식에는 광복회원과 독립유공자 및 유족 등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조부·부친에 이어 3대째 독립운동에 헌신한 오희옥 독립운동가(91·여) 등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대통령의 경축사에 앞서서는 독립유공자 포상 등이 행해지기도 했다.
이러한 참석자를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강한 보훈 관련 메시지가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며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살아있는 동안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를 국가가 책임지고 참전명예수당도 인상하겠다"며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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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메시지, 옅은 경고에 그쳐… '베를린 구상' 재천명
이날 광복절·건국절 대통령 경축사에는 역대 이날의 대통령 경축사가 그랬듯이 포괄적인 통일 구상과 대북 메시지가 담겼다.
대북 메시지는 최근 미국 자치령 괌을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포위사격을 예고한 북한을 향한 강력한 경고의 뜻이 담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었으나, 경고의 수위는 예상보다 한없이 낮았고 오히려 대화를 종용하는 '베를린 구상'만 재천명되는데 그쳐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을 막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어 이른바 '군사적 옵션'부터 스스로 포기하고 나섰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안보위기를 타개할 것이나, 우리의 안보를 동맹국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북한 방향이 아닌 미국을 향한 '경고'를 던졌다.
북한을 향해서는 "다시 한 번 천명한다"며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 '베를린 구상'에서 밝혔던 뜻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 성묘에 대한 조속한 호응을 촉구한다"고 '메아리 없는 외침'을 되풀이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북한의 위협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넘어 미국 자치령과 본토에까지 이르고 있는 마당에 유효한 메시지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괌 자치령을 향한 미사일 발사를 실행에 옮기고, 이것이 포위사격 형태로 이뤄지거나 또는 탄착점이 빗나가 괌 또는 그 지근거리의 영해에 떨어진다면 '자국이 공격당한 것'으로 인식할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할 때 우리나라의 '허가'를 득하려 할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강조했지만, 괌이 공격당했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동의를 얻어야만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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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메시지, 청구권협정 부인… '자기모순'
제72주년 광복절은 한반도가 구 일본제국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날이며, 그로부터 3년 뒤인 제69주년 건국절은 우리 국민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국가로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세운 날이다.
이러한 날의 의미와 취지를 살려,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일본을 향한 메시지도 실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과거사와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일단 전향적인 대일 관계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덮고갈 수는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역사 문제 해결에는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광복 70년이 지나도록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피해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논리가 모순에 빠져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그리고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협정'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국제사회의 원칙'에 비춰봤을 때 청구권 문제가 이미 종료됐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교 정상화를 앞두고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 문제를 예비회담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1961년 예비회담 도중 일본 측은 "이 항목(청구권)은 사적인 청구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국교가 회복되면 일본의 일반 법률에 따라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고, 우리 측은 "우리는 나라가 대신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혀, 개개인의 청구권을 총합해 정부 차원에서 보상받겠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일본 측은 "피해자 개인에 대해 보상해달라는 말인가"라고 다시 물었고, 우리 측은 "우리는 나라로서 청구한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우리 국내에서 조치할 성질의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중에 지금과 같은 문제가 불거질 것을 걱정한 일본 측은 "미불금이 본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원호법을 원용해 개인 베이스로 지불하면 확실해진다"고 우려했지만, 우리 측은 "여하튼 그 처분은 우리 정부의 손으로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청구권에 관한 협정' 제1조에서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3억 달러의 무상, 2억 달러의 장기저리 차관 등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제2조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은 양국과 법인을 포함한 그 국민의 재산·권리·이익과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이다.
또, 제3조에서는 "체약국 및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약은 양국 정부 간에 유효하게 체결돼 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거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북한이 기존 남북 합의의 상호 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국제법상 유효한 국가이며 정부인지가 불분명한 북한에 대해서도 "정부가 바뀌어도 합의의 이행"을 강조하는데, 하물며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 사이에 유효하게 체결한 조약의 존재를 부인하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는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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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메시지 "촛불로 새 시대 열어준 국민에 감사" 통합 노력 퇴색
이날 경축사에서는 북한·일본 등 외부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를 향한 통합 호소의 메시지도 담겼다. 다만 그 내용은 대단히 혼란스럽고 복잡한 관계로, 의도한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수립 70주년이기도 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수립'을 구분지어 말했는데, 이를 뭉뚱그려 100주년이라고 칭한 것은 산수를 잘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임시정부수립은 100주년, 정부수립은 70주년이라고 셈했는데, 그러면 건국의 사전적 의미와 가까운 것은 임시정부수립인지 정부수립인지 자문(自問)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주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보수·진보의 구분이 무의미했듯이 근현대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력으로 나누는 것도 이제 뛰어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 역시 김대중·노무현 뿐만 아니라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밝혔다.
일견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존재를 강조해, 보수·진보의 갈등을 뛰어넘자는 국민통합의 메시지로 읽힌다.
그러면서도 이승만·박정희·김대중·노무현 네 명의 대통령만을 언급했을 뿐, 자신으로 이어지는 가장 최근의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날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919년 3월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됐다"라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됐다"고 '촛불질'을 마치 항일독립운동과 동격의 범민족적 운동인양 포장했다.
이같은 인식은 이날 경축사에서 "1919년 3월 1일 연해주와 만주, 미주와 아시아 곳곳에서 한목소리로 대한독립의 함성이 울려퍼졌다"라며 "항일독립운동의 빛나는 장면들이 지난 겨울 전국 방방곡곡에서 촛불로 살아났다. 우리 국민이 높이 든 촛불은 독립운동정신의 계승"라고 말한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이렇게 되면 항일독립운동과 '촛불질'이 동격이 되고, 그렇다면 '촛불질'에 따른 타도의 대상이었던 박근혜정권은 흡사 일제강점기 때의 총독부 체제나 같은 것이 돼버린다.
국민의 지지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부분에 대해 현직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전직 대통령을 왜정(倭政)가 동격으로 빗대놓고 국민대통합을 말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 호소 메시지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항일로 암흑의 시대를 이겨낸 모든 분들, 촛불로 새 시대를 열어준 국민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 말씀 드린다"고 했지만, 대통령이 '존경'하고 '감사'를 표한 국민은 오로지 '촛불'을 든 국민에 국한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