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 - 유보된 제목' 포스터(왼쪽), '새로운 천사' 파울 클레 作 1920(오른쪽).ⓒ서울문화재단
    ▲ '천사 - 유보된 제목' 포스터(왼쪽), '새로운 천사' 파울 클레 作 1920(오른쪽).ⓒ서울문화재단
    극장 공간을 소재로 한 장소특정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의 남산예술센터는 아트선재센터와 공동제작한 2017년 시즌 프로그램 '천사 - 유보된 제목'을 오는 29일부터 9월 3일까지 공연한다.

    일반적으로 공연은 극장이 주는 특수한 장소성과 시간성을 통해 완성되지만 '천사 - 유보된 제목'은 극장의 공간 그 자체로 작품을 제작했다.

    관람을 위해 극장에 도착하는 관객은 MP3 플레이어를 지급받는다. 관람객 단 한 명을 위한 공연이 시간에 맞춰 시작되면 MP3 플레이어 속 지시에 따라 남산예술센터로 입장한다. 

    관객은 60분 동안 평소에 접근할 수 없었던 장소들을 대면하게 되고,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VR을 통해 그동안 살펴본 공간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작품의 제목은 나치를 피하는 긴 여정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를 인용했다. 벤야민은 이 글에서 죽음을 앞두고 탈무드에 기반을 둔 종교학과 마르크시즘에 입각한 정치학을 기묘하게 섞은 자신의 역사관을 정리한다.

    이 글에서 벤야민은 본인의 애장품 파울 클레의 드로잉 '새로운 천사'를 도래하지 않은 구원에 대한 희망과 절망이 섞인 그의 문학적 사상의 중심에 놓는다. 그림 속 천사의 얼굴에서 그는 순수함 속에 깊이 스며든 멜랑콜리(우울)와 공포를 발견하고 이를 현실에 대한 고독한 통찰로 이어냈다.

    서현석 연출은 "이번 공연은 벤야민의 문학적 상상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관객 한명 한명에게 거칠면서도 고독하고 몽환적인 연극적 상황을 제안하는 작품"이라며 "극장 속 혼자만의 여정에서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서현석은 영등포 시장(영혼매춘), 세운상가(헤테로토피아), 서울역(헤테로크로니), 전시장(연극 - 서현석展)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 관객이 직접 걸으며 현장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상황을 경험하는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연극 '천사 - 유보된 제목'은 하루 40명만 관람할 수 있으며. 예매를 통해 사전 예약된 시간에만 공연이 진행된다.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전석 3만원. 문의 02-758-2150.

    [사진=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