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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피해 가족들을 불러들인 자리에서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거론했다. '2기 세월호 특조위' 카드로 정기국회에서 보수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후 세월호 사고의 피해 가족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보수정권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그 '잘못'을 자신이 대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사고 후 대응에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하고 있었던 것인지 국민들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며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는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 머리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위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회를 끌어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에 피해 가족 대표도 화답했다.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마이크를 넘겨받아 "박근혜정부가 불법·부당하게 수사 방해와 은폐 조작 행위를 자행했다"며 "다시는 (이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조사기구를 논의하며 노력했던 취지와 힘을 온전히 2기 특별조사위원회에 집중시킬 것"이라며 "독립적이고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진 2기 특조위가 진상을 제대로 밝혀나갈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피해 가족 중 일부는 이날 이 자리에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전에라도 2기 특조위 설립준비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2기 특조위' 카드를 꺼내든 것은, 목전에 다가온 정기국회 기간 중 보수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를 추석연휴 전에 하자"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진상규명과 관련해 2기 특조위가 정부보다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잘될 것으로 믿는다"고 은근한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2기 특조위' 특별법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 보수야당은 지난 2014년 정기국회 때처럼 적잖은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지난 대선 선거운동과정에서 일찍이 "세월호 사건을 정치권에서 얼마나 울궈먹었느냐"며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현재까지의 입장은 (2기 세월호 특조위 구성에) 반대"라며 "특조위를 새롭게 구성하는 문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