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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의 인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자찬(自讚)했다.
노무현정권 때의 인사 발탁은 소수에 그쳤다고 했는데, 최근의 '박기영 낙마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바와는 간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지금 현 정부의 인사는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서 가장 균형·탕평·통합 인사"라며 "긍정적인 평가들을 국민들은 내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정철학을 함께 하는 분들로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참여정부 때, 2012년 대선 때부터 함께 해왔던 많은 동지들이 있지만 그분들을 발탁하는 것은 소수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스스로 행한 인사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레토릭'을 구사할 수는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밝힌 평가는 민심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낙마 사태로 '노무현정권 향수 인사가 인사 참사로 이어졌다'는 게 여론의 질타인데, 이것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문제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낙마한 박기영 전 본부장은 노무현정권 때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있으면서 황우석 전 교수와 관계를 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정권 때에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등 여러 요직을 돌아가면서 맡았기 때문에, 한솥밥을 먹었던 인사에 대해서는 검증이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명되자마자 정치권에 앞서 과학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을 보면, 최소한의 업계 평판조회조차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비단 박기영 전 본부장 뿐만 아니라 잇단 인사 참사의 근원은 모두 '노무현정권 향수 인사'였다.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돼 낙마한 김기정 국가안보실2차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 출신이다. 조국 민정수석과 함께 노무현정권 때 국가인권위원회에 몸담았던 안경환 법무부장관후보자는 위조혼인 사태로 낙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이에 관한 인식조차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벌써부터 '인의 장막'에 둘러쌓였거나, '제왕적 대통령제'의 함정에 빠져든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다른 캠프에 몸담았던 분들도 다함께 하는 정부를 구성했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정부에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나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에서도 많은 인사가 등용됐다. 친문(친문재인)의 경계를 넘어 범(汎)친노 차원에서의 '소(小)통합'을 이뤄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역탕평·국민통합… 이런 인사의 기조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며 "앞으로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런 자세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