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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을 강하게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문제에 대해 한 발 물러섰다.
지난 15일 대만 등에서 전력부족으로 인한 대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원전 관련 부작용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들과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추진하는 탈 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며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는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럽 등 선진국들의 탈원전 정책은 굉장히 빠르다. 수년 내에 원전을 멈추겠다는 식의 계획들"이라며 "저는 지금 가동되고 이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대로 하나씩 원전의 문을 닫아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간 동안 LNG라던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 에너지를 마련해나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전기요금에 아주 대폭적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렇게 탈 원전 계획을 해나가더라도 지금 현재 우리 정부 기간 동안에 3기의 원전이 추가로 늘어나게 된다"며 "그에 반해 줄어드는 원전은 지난 번에 가동을 멈춘 고리1호기와 앞으로 가동 중단이 가능한 월성 1호기 정도"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계획대로 탈원전 정책이 추진된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원전의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030년이 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현재 전체 전력 중 원자력 발전의 비중은 31.5%, 설비용량은 총 2만 3천 116MW다.
특히 문 대통령은 "당초 저의 공약은 신고리 5·6호기의 경우에는 건설을 백지화하는 것이었지만, 작년 6월 건설 승인이 이뤄지고 난 이후 꽤 공정이 이뤄져 적지않은 비용소모가 됐다"며 "중단될 경우 추가적 매몰비용도 필요해, 이 부분을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원전 건설 백지화보다는 재개에 무게가 실린 듯한 발언이다.
이런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주장하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1호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호중 정책위의장을 통해 탈원전을 포함한 6대 에너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생에너지 전력량을 20%로 확대하는 한편, 월성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것이 핵심주장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최근 대만의 대정전 사태 등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대만은 전력 공급 중단으로 대만 전체 가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828만 가구에 전기가 끊기는 사건이 벌어졌다. 730명 이상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36도의 폭염속에 냉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2차 피해가 잇따랐다.
화력발전소의 시설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으로 탈 원전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번 사고가 우리의 결심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 것"이라며 탈(脫) 원전 정책의 포기는 없을 것임을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