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홍콩 총독, 앰네스티, 홍콩 법조계 등 홍콩 법원 비난
  • 지난 20일(현지시간) 홍콩 우산혁명 주모자들에 대한 징역형에 반발해 열린 대규모 항의시위. 경찰 추산 2만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AP-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0일(현지시간) 홍콩 우산혁명 주모자들에 대한 징역형에 반발해 열린 대규모 항의시위. 경찰 추산 2만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AP-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4년 7월 홍콩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모자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자 수만여 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英BBC, 카타르 알 자지라 등 주요 외신들이 20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英BBC는 “조슈아 웡, 네이던 로, 알렉스 초우 등 2014년 대규모 시위를 이끌었던 이들에게 홍콩 법원이 지난 17일 징역형을 선고했다”면서 “이들은 각각 징역 6월, 7월, 8월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英BBC는 “이들의 정치적 지지자들은 법원의 징역형 선고에 반발해 거리로 몰려 나와 ‘홍콩 사법권 독립’을 주장했다”며 “20일에는 홍콩 시내에서 고등법원이 있는 곳까지 대규모 거리 행진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英BBC는 “이날 홍콩 시위에는 경찰 추산 2만 2,000여 명이 참가했는데, 이는 2014년 7월 이후 최대의 시위 규모”라고 지적했다.

    英BBC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체주의에 저항해 싸우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며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英BBC는 “시위대를 조직하고 이끈 레스터 슘은 ‘이번 판결은 홍콩 행정부와 중국 공산체제, 홍콩 사법체계가 홍콩 시민들의 지속적인 민주화 요구를 저지하기 위해 꾸민 음모이자 사법 폭력’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英BBC는 “시위가 벌어진 뒤 홍콩 행정부는 ‘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릴 때 그 어떤 정치적 의도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성명을 반복해 발표하면서도 ‘판결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고 전했다. 성난 홍콩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고 한다.

    英BBC는 “홍콩에서는 3개월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이후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면서 “일부 홍콩 시민들은 이점을 들어, 법원이 우산 혁명 주도자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이들이 총선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英BBC에 따르면, ‘우산혁명 주모자’들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한 홍콩 법원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英‘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조슈아 웡, 알렉스 초우, 네이던 로우의 이름은 역사의 재떨이 속으로 버려지기 전까지는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며 홍콩 법원의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국제 앰네스티 또한 ‘우산혁명’ 주모자들에게 징역을 선고한 데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진심이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했고, 홍콩 변호사 협회 등 법조계에서도 “법원의 이번 판결은 정치적 동기와 성향마저 형법으로 처벌한 것으로, 홍콩 사법체계에 정의롭지 못한 피해를 입혔다”며 홍콩 법원을 비난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이 사실상 지배하는 홍콩 행정부는 이번 시위 때에는 강경 진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7월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홍콩을 찾았을 때 ‘엄포’를 놓았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아무래도 ‘우산혁명 주모자’들에게 징역형을 내린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무력진압과 같은 강경한 행동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