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계자도 "신재생에너지만으로 原電 대체하는 것은 무리" 인정
  • 한국전력은 7월 5일 여름철 재난대비를 위한 '대규모 정전대비 송배전 합동 비상대응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전력
    ▲ 한국전력은 7월 5일 여름철 재난대비를 위한 '대규모 정전대비 송배전 합동 비상대응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전력

     

    #. 2011년 9월 15일 서울 목동야구장. KBO리그 두산과 넥센 경기 시작 10여 분만에 이곳은 암흑 속에 잠겼다. 조명탑, 광고판 등 모든 불빛이 꺼졌다. 중계부스에서는 양준혁 해설위원이 핸드폰 조명을 밝히며 어둠과 싸웠다. 투수도, 타자도, 관객도 모두 놀랐다. 같은 날 서울 청계천 주변 신호등도 작동을 멈추면서 도로는 무법천지가 됐다. 차량들이 서로 엉켰다. ‘9.15 블랙아웃 사태’ 당시의 풍경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예비전력이 안정유지수준(400만kw)을 벗어난 탓이었다.

    #. 정전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학교 과제를 할 수 없을 만큼 집이 캄캄해지고, 엘리베이터가 정지돼 15층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주방과 화장실에는 수돗물 공급이 끊어진다. 냉난방 장치가 정지되고, 냉장고에 보관된 식품이 썩어간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까지 먹통이 되면 정보가 차단돼 불안에 떨게 된다. 지하철이 멈추고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지 못한다. 병원은 응급환자 수술까지 중단해야 한다.

     

    원전 고리 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일시중단, 천지1·2호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바야흐로 탈(脫)원전 시대가 개막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국내 모든 원자력발전소(원전) 24기를 대체하겠다며 시행한 ‘원전하나줄이기’ 실험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포항 포은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탈핵정책 주제로 한 특강에서 “서울시가 5년간 '원전하나줄이기'로 이룬 원전 2기 분량의 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절약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원전 17기가 없어도 문제가 없고 궁극적으로 가동 중인 24기 원전도 에너지 절약이나 신재생에너지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서울시가 보여주고 있다”고 자축한 바 있다.

    하지만 <뉴데일리>가 ‘원전하나줄이기’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측은 현재 사용량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전력만 대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를 보여주는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전 1기가 한 해 동안 생산하는 발전량은 200만 TOE(석유환산톤)다. 이를 5년 간 합산하면 1,000만 TOE가 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5년 간 미니태양광, 연료전지발전소, 열병합발전시설, 소수력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신재생)로 생산한 발전량은 39만 TOE에 지나지 않는다. 1,000만 TOE 중 3.9%에 불과한 수준이다.

    서울시가 정한 신재생 생산 목표와 비교해도 성과는 미흡하다. 1단계(2012.1~2014.6) 목표는 41만 TOE였지만 이 기간 생산량은 26만 TOE에 그쳤다. 2단계(2014.7~2016.12) 목표는 54만 TOE였지만 추가 생산량은 13만 TOE에 불과했다.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서울시가 개설한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에는 ‘생산 목표량’이 명확히 표기돼 있었지만 현재는 이 항목이 빠져 있다. 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복잡할까봐 홈페이지 개편 작업에서 목표치를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율도 사업 초기보다 떨어졌다. 1단계는 26만 TOE였지만 2단계에서는 13만 TOE로 50% 대폭 감소했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주요 사업인 미니태양광, 연료전지발전소 등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려면 건물과 토지 등 기본적인 불변자본이 필요하다. 하지만 1단계에 이미 불변자본이 많이 사용돼 2단계에서는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 2015년 12월 30일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 현재는 목표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화면 캡처
    ▲ 2015년 12월 30일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 현재는 목표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화면 캡처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불확실성이 사업 실패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기후(햇빛·바람·구름)에 따라 발전량 기복이 심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태양광·풍력 발전의 경제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발전 부문에서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의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을 유지시키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독일의 경우, 올해 1월 24일 기준으로 흐리고 바람 없는 날이 길게 이어지면서,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총 발전량의 2.5%로 떨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원전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전력 수요를 감축하는데 효과가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원전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국의 지자체에서 원전줄이기 사업을 하더라도 국내 원전 24기를 대체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2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이 원전 1개를 줄였는지 등 수치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시민들이 신재생에 대한 좋은 점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태양광, 풍력 등은 출력 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계통이 불안정해진다”며 “원전이 기본 전기 수요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원전에 비해 신재생의 수명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밝힌 사업 성과(원전 1.8기 상당의 에너지 대체)에서 반을 줄여야 한다”며 “이렇게 계산하면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효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사업에 1조 9,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원전을 1년 동안 가동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은 2,500억 원 정도”라며 “이를 비교하면 비용 측면에서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원전 1.8기를 줄였다고 홍보하는데 사실 국민들에게 혼동을 주는 얘기”라며, “5년 간의 사업 성과니까 1.8기에서 나누기 5를 해야 정확한 비교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즉,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은, 원전 0.4기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2030년 발전비용은 2016년 대비 21%(11조 6,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원별 연중 가동률은 석탄이 81%, 원전은 83%로 높지만 태양광, 풍력발전은 각각 10%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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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9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