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날 김무성·정진석 모임은 '원전토론회'… 정계개편 향방은?
  •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본청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8·27 전당대회가 모바일투표에 이어 ARS 전화투표를 앞두고 있는 등 당권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바른정당이 국민의당 새 지도체제 수립 직후 '정치연대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국민의당까지 오는 27일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하면 야3당은 대선 패배 이후 순차적으로 치러온 전당대회를 모두 마치는 셈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바른정당이 토론회를 여는 게 시기적으로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라,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바른비전위원회는 30일 '4당 체제에서의 정치연대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바른비전위원회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바른정당이 발족한 당내 중장기 정치전략 연구 기구다.

    하태경 최고위원을 비롯, 당내 정무(政務)에 밝은 인사들이 주축이 돼 각종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승민 의원의 서울특별시장 후보 차출을 논의하는 등 정치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구에서 '정치연대의 방향'을 놓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시기도 미묘하다. 8·27 전당대회로 국민의당이 새로운 지도체제를 수립한 직후다. 전당대회 와중에 국민의당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문제를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이 오가고 있는데,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마치 호응하듯이 토론회가 열리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의 조건과, 연대 성립 시의 지방선거 대응 방안 등을 놓고 폭넓은 논의가 오갈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비전위원회는 그 구성상 아무래도 자유한국당보다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무게를 싣고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태경 최고위원부터가 한국당과는 연일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고, 특별자문역으로 있는 김현아 의원은 한국당을 '사실상 탈당'해 있는 몸이다.

    8·27 전당대회에서 만약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표로 선출되고, 바른비전위원회 토론회에서 국민의당과의 정치연대에 긍정적인 의견이 쏟아진다면 '제3세력' 간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미 원내(院內) 차원에서는 양당의 공조에 탄력이 붙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이유정 헌법재판관후보자 지명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동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밝혔다.

    여기에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안철수 전 대표가 당권을 잡게 된다면, 원내 차원에서의 공조가 당대당(黨對黨) 차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범정당 의원 연구모임인 열린토론, 미래를 출범시켰다. 이 모임은 당초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일단 국민의당 의원 없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만으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범정당 의원 연구모임인 열린토론, 미래를 출범시켰다. 이 모임은 당초 알려진 바와는 달리 일단 국민의당 의원 없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만으로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사진DB

    반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보수합동'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얼마 전부터 추진해오던 범(汎)정당 의원 연구모임을 마침내 발족시켰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열린토론, 미래'의 발족을 알렸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는 출범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협치의 정치'가 아니라 '독단의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며 "'열린토론, 미래'를 출범한 이유는 중요한 국가적 아젠다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좀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열린토론, 미래'는 30일 '원전의 진실, 거꾸로 가는 한국'이라는 주제로 첫 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재인정권 탈(脫)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광역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국당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 바른정당 강길부 의원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바른비전위원회가 국민의당과의 '정치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여는 날과 같은 날에,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범정당 의원 연구모임이 첫 토론회를 열고 문재인정권에 강력히 날을 세우는 셈이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와 함께 이 모임 결성을 주도한 김무성 의원의 행보도 계속해서 예사롭지 않다.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복당한 의원 6인과 일본에서 '보수합동' 문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인 바 있는 김무성 의원은 최근 바른정당 의원 10여 명과 함께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이 주재한 이날 만찬 회동에는 김영우·김용태·오신환·유의동·이종구·이학재·정운천·홍철호·황영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20석 바른정당에서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보수합동' 등 민감한 정치연대와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참석한 바른정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우리 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정도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나왔다"면서도 "보수통합 이야기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분위기나 여러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4당 체제에서 바른정당이 '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과의 '보수합동'이나 국민의당과의 '제3세력 연대' 양 방향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지만, 미세하게나마 '제3세력 연대' 쪽으로 좋은 흐름이 형성돼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出黨)' 카드를 꺼내들고 나온 것도, 바른정당 내의 '보수합동'파 및 한국당 복당파 의원들로부터 이러한 기류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만히 있으면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자연스레 '보수합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의외로 '제3세력 연대' 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하자 선제적으로 '보수합동'의 명분을 제공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는 1심 판결이 이뤄진 이후에 공론화될 것으로 모두들 내다봤는데, 홍준표 대표가 예상보다 빨리 이 카드를 꺼내든 것에는 정치공학적인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수합동'을 둘러싼 여건이 생각보다 안 좋아지면서, 물꼬를 틀어버리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