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만 담그는데 구명조끼 강제라니... 휴가철 해외여행 찾는 이유 있었네
  • 강원도 삼척의 한 휴양지 전경. ⓒ삼척시
    ▲ 강원도 삼척의 한 휴양지 전경. ⓒ삼척시

    올 여름 해외소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국내 관광 인프라를 둘러싼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 내국인의 해외 카드이용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했다. 반면 국내소비 증가율은 1.1%에 그쳤다. 피서객들이 발 걸음을 돌려 해외 여행이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가 올 해 인기를 끈 국내 휴가지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깨끗한 공기, 물속이 훤히 보이는 맑은 바다가 일품인 삼척은 여름 휴가철 인기 휴양지다. 이 지역의 한 휴양지는 얼마 전부터 강원도 필수 여행 코스로 급부상했다. 관광객들이 몰리자 자연스레 인근 주민들과 어촌계는 관광서비스 제공 사업에 들어갔다. 자갈을 공수해 해변을 정비했다. 몇몇 주민들은 숙박업소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휴가철에 맞춰 포장마차식 음식점이 들어섰다. 어촌계는 힘을 모아 물놀이 안전요원도 배치했다.

    주민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편리함이 더해지자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은 불어났다. 수도권에서 출발하는 버스 노선도 생겼다. 성수기엔 주차할 곳이 부족했고, 인근 지역은 숙박 예약이 거의 다 찰 정도였다. 인기에 부흥에 내년에는 해상 케이블카도 운영한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좋은 관광지에 수요가 늘어나자 이곳 주민들이 '갑(甲)'의 자리에 올랐다. 주민들은 다른 해변 관광지와는 다른 규칙을 만들어 해안 마을을 통제했다. 구명조끼가 없으면 아무리 얕은 곳도 들어갈 수가 없다. 안전요원들은 "수영 실력이 좋던, 물에 발만 담그던 상관 없이 꼭 입어야 한다"고 했다.

    구명조끼 대여 결제는 '카드 불가'였다. 대여소에는 손으로 쓴 글씨로 "현금결제나 계좌이체 밖에 안된다"고 써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은 하나같이 'OO 어촌마을'이라고 쓰인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법규에는 1일 대여료 1만원짜리 현금결제 구명조끼를 입지 않으면 바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안전상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다.

    해당 지역에 출장소를 낸 해경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아도 바다 입수에는 법적 문제가 없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입어 달라"고 했다. 이어 "구명조끼를 입든, 입지 않든 물놀이 중 문제가 생겨도 책임은 본인에 있다"고 했다. 

    이같은 현실을 모르고 이 휴양지를 찾는 피서객들은 불만을 품었다. 안전요원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한 젊은이에게 호각을 불며 퇴수를 명령하자 그는 집중되는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바로 물 밖으로 나왔다. 그 젊은이는 안전요원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놀이 장소를 옮기면서 또 호각소리가 들리면 어찌해야 하나를 걱정했다.

    비싼 음식 값도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음식 값은 일상적인 수준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일반 편의점에서 1,000원여에 팔리는 컵라면은 이 곳에서 3,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라면 외에도 핫도그와 같은 간편 음식도 특수 요금을 받고 있었다. 

    세계적인 해변 관광지 프랑스의 니스(Nice)나 일본의 오키나와(Okinawa)와는 다른 모습이다. 구명조끼를 강요하지도 않으며, 물가가 여타 지역과 다르지 않다. 한 철 장사라고 해도 해외 유명 휴양지와 비교했을 때 이곳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국내의 다른 피서지와도 차이가 난다. 바가지 요금 문제가 부상하자 몇몇 지자체들는 바가지 요금 없는 피서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여름, 부산 해운대구는 바가지 민원 '0'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휴양지에서 만난 김OO(28) 씨는 "삼척 주민들이 판매하는 음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500미터나 떨어진 편의점까지 간다"고 했다. 김씨는 "교통비나 숙박비 각종 대어료로 지출한 금액을 합치면 저렴한 해외여행과 비슷한 비용을 썼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피서객들 사이에선 바가지를 일삼는 일부 상인들의 갑(甲)질 행세는 결국 시민들이 대기업 프렌차이즈를 찾게 하고, 해외여행을 찾게 하는 결과를 양산할 것이라는 불만을 쏟아내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