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내용, 中·러가 사전 제공”
  • ▲ 지난 8월 14일 北전략군 사령부를 찾은 김정은. 김정은은 이때 "미국의 행동을 보면서 조치할 것"이라며 '괌 포위공격' 계획 보류를 지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14일 北전략군 사령부를 찾은 김정은. 김정은은 이때 "미국의 행동을 보면서 조치할 것"이라며 '괌 포위공격' 계획 보류를 지시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9일 북한은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을 앞세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공격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가 긴장했지만 8월 14일 김정은이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고 “괌 포위공격을 유보한다”는 지시를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그런데 北전략군 사령부의 ‘괌 포위 공격’ 발표가 실제로는 북한군 지휘체계와 맞지 않는 내용이어서 북한 내부에서 혼란이 일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4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북한 노동당 간부 소식통은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이 괌을 향해 미사일 포위사격 계획을 세우고 이를 김정은에게 승인받겠다고 한 北언론보도는 현재 북한 명령지휘체계로 볼 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괌 포위공격 보도가 나온 뒤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서는 ‘김락겸이 제멋대로 미사일 공격계획을 세우고 사후에 김정은에게 보고했다는 말이냐’며 의문을 가졌으며, ‘김락겸이 그 정도로 힘이 있다면 김정은을 한 방에 날려보낼 계획도 마음대로 짤 수 있다는 것 아니냐’는 비웃음이 쏟아지고 있다”고 북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노동당 중앙의 선전선동 기관들이 ‘괌 포위공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지휘체계를 뒤흔드는, 잘못된 신호를 전달한 것”이라며 “군대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사후에 김정은에게 보고했다는 것은, 모든 군사작전 계획이 김정은 머리에서 나오고 김정은의 독단적인 결정에 따른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미국을 극단적으로 협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선전선동 과정에서 오판을 초래한 것 같다”면서 “초강대국 미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외부세계는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北해외주재원은 “김정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내용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미리 통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를 통과하기 전에 이미 대내외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책을 세워놓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北해외주재원은 “북한이 지난 8월 5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내용을 미리 파악한 뒤 ‘공화국 정부 성명’과 잇딴 군중집회, ‘화성-12형’ 미사일로 괌을 포위공격 한다는 협박 등의 각본을 미리 짜놓고 그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北해외주재원은 “그러나 전략군 사령관 김락겸을 앞세워 괌 포위공격 계획을 밝힌 北언론들의 보도는 김정은의 명령지휘체계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버린 모양이 돼 내부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자초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는 김정은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강경한 태도의 미국’과 상대하는 데는 아직도 미숙한 점이 많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일의 경우 오랜 기간 김일성 아래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은 탓인지 한국·미국과 대립 구도가 강해지면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나이도 어린데다 아는 것도 없는 상태로 권력을 쥐게 되면서 여러 곳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