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본안 소송서 패소.."공동사업약정 유효" 판결골드마크 측 반소 청구는 기각..재판부 "청구자격 없다"

  • '명품 배우' 하지원(본명 전해림)이 거액의 민사소송에 휘말려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이 홍보 모델로 관여한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 초상권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자신의 얼굴·이름·상표를 사용한 화장품을 폐기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던 하지원은 이 소송(본소 청구)에서 패소하자 곧바로 항소를 냈다. 그러나 2심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이번엔 화장품 업체가 들고 나섰다. J브랜드를 제조·판매하는 골드마크는 29일 서울중앙지법에 하지원을 상대로 11억 6천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골드마크는 1심에서 재판부가 하지원의 청구를 모두 기각, '공동사업약정'의 유효함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제품 홍보를 전면 중단한 하지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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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송은 톱스타 하지원이 연루됐다는 측면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골드마크는 한때 매니지먼트 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던 하지원이 일방적으로 공동사업약정을 파기하고 나선데 대해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하지원 측(해와달 엔터테인먼트)은 자신이 브랜드 홍보 활동을 불이행했다며 골드마크 측에서 제기한 소송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소송도 종전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냉랭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게다가 하지원 측은 골드마크 측이 주장한 '매니지먼트 수수료'와 관련, "그 어떠한 계약도 체결한 바가 없다"며 법적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의 말이 진실일까? 먼저 하지원 측이 거론한,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원의 소속사는 29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브랜드 홍보 활동 불이행' 관련 내용은 이미 지난 번 초상권 관련 소송에서 골드마크 측이 반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아직 소장 내용을 보지는 못했으나)당시 주장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골드마크의 소송은 기본적인 '소송 성립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얘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날 오전 제기한 골드마크의 소송은 거꾸로 골드마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하지원 측이 밝힌 것처럼 해당 소송(반소)에서 골드마크가 기각 판결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지원 측은 해당 소송의 핵심인 본소(본안 소송)의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소송의 본소는 하지원 본인이 직접 청구한 건으로, 2015년 자신을 포함한 총 세 사람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은 무효이며 골드마크가 자신의 이름과 초상 등을 화장품(J브랜드)의 제조나 판매 영업 등에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 30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피고(권OO 대표)의 임원 보수 수령액이 과다하다거나 업무대행업체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 돈을 대여했다는 원고(하지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명이 부족하고, 이러한 사유로 인해 회사 수익이 감소, 피고 회사(골드마크)가 더 이상 이 사건 공동사업약정에 따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는 주장 역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설령 피고의 경영상 과오로 회사 수익이 감소했다고 해도 이는 원고가 주주로서 상법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회사 업무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해임을 결의할 사유가 될지는 몰라도 공동사업약정 불이행 사유 또는 신뢰 관계 훼손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해당 공동사업약정이 취소되거나 해지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동사업약정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원고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원고가 공동사업약정에 의해 피고 회사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원고의 예명, 성명, 초상, 음성 제공 의무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명시했다.

    나아가 재판부는 "원고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표현을 사용, 그에 대한 금지 청구도 구하고 있지만 그 취지는 초상권 내용 가운데 일부를 달리 표현한 것으로, 물권법정주의 원칙상 법률이나 관습법에 근거하지 않는 재산권으로서의 퍼블리시티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하지원이 골드마크를 상대로 (인격권에 기초해)제기한 초상권 사용 금지 등의 청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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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본안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장본인은 골드마크가 아닌 하지원이었다. 그러나 하지원 측은 골드마크가 청구한 '반소'의 결과만을 보도자료로 담아내, 마치 골드마크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의아스러운 점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한 골드마크가 정작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에선 패소 판결을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원 등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이 유효하다면, 해당 약정을 지키기 않은 하지원에게 2억원 상당의 손배배상의 책임을 묻는 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왜 그랬을까?

    당시 민사 소송에 관여했던 법무법인 세아의 A변호사는 29일 뉴데일리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골드마크의 반소 청구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공동사업약정의 계약 당사자로 '골드마크'란 회사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골드마크가) '반소 청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며 "따라서 손해가 발생했느냐 안했느냐를 따진 판결이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함석천 판사는 "피고 회사(골드마크)의 반소 청구는 피고 회사가 원고(하지원)을 상대로 원고의 공동사업약정 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것인데, 인정사실에 의하면 공동사업약정의 당사자는 원고와 피고 권OO, 양OO이고, 피고 회사는 공동사업약정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함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 대해 공동사업약정 위반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의 반소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해 나아가 살필 필요도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변호사는 "당시 홍보 행위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골드마크라는 법인에게 발생할 수 있도록 3명의 개인들이 약정을 한 것으로, 재판부에서는 계약 당사자들끼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닌 골드마크는 이같은 소송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이에 골드마크 측에선 29일 오전 개인(권OO 대표)과 법인이 함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동사업약정의 당사자가 포함됐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청구 주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골드마크가 주장한, 하지원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았었다는 얘기는 골드마크 측 인사인 L씨가 MBC 드라마 '기황후', 영화 '허삼관' 캐스팅 등을 성사시켰던 일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하지원은 '기황후'로 MBC연기대상을 수상할 당시 L씨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L씨 등은 처음 2년 동안엔 하지원과 구두 계약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진행하다 나중엔 매니지먼트 계약서를 작성,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약정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 다음은 A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오늘 하지원씨 소속사 측에서 '골드마크 측이 법원으로부터 기각 판결을 받은 내용을 다시 민사 소송으로 걸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건 아전인수식으로 사실 관계를 호도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판결문의 내용이 뭐냐하면 '공동사업약정'을 맺은 당사자는 개인 세 사람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공동사업약정의 계약 당사자로 '골드마크'란 회사가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반소 청구'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죠.

    - 2015년 5월 12일, 하지원씨와 골드마크의 권OO 대표, 양OO씨 등이 개인 자격으로 동업계약을 맺은 것이라는 말씀인 거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홍보 행위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는 골드마크라는 법인에게 발생할 수 있도록 3명의 개인들이 약정을 한 겁니다. 어쨌든 재판부에서는 계약 당사자들끼리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닌 골드마크는 이같은 소송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골드마크 측에선 개인(권OO 대표)과 법인이 함께 소송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당시 1심 재판부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반소'에 대해선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셈이군요.

    ▲그렇죠. 손해가 발생했느냐 안했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 판단을 내린 게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선 계약 당사자가 청구를 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판시를 한 거죠.

    그런데 하지원씨 측에서 배포한 내용을 보면, 마치 법원이 하지원씨에게 손해배상의무나 책임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어요.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그렇게 속을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전 사실 관계를 흐리거나 호도하는 입장문이라고 봅니다. 뭐든지 솔직하게 얘기해야죠. 판결문을 읽은 사람에게는 금방 탄로날 일인데요.

    - 11번에 걸쳐 심리를 진행한 1심 재판부는 하지원씨의 본소 청구(초상권 사용 금지 등)와 골드마크가 제기한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는데요. 합당하게 내려진 판결이라고 보십니까?

    ▲솔직히 법리적으로 1심 판결 일부는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사업약정의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해당 약정을 통해서 어떤 권리를 얻게 된 주체가 손해를 입었다면, 소송의 주체를 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당시 공동사업약정을 맺은 당사자들이 하지원에게 브랜드 화장품에 대한 '홍보 의무'를 부과했다는 것은 하지원을 통해 (골드마크의)화장품을 선전할 수 있는 '권리'를 그들이 골드마크에게 부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고, 그러한 홍보의무를 하지원씨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손해를 본 대상은 바로 골드마크라는 회사입니다.

    2차적으로 공동사업약정에 참여한 당사자들도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홍보 활동이 중단돼 피해를 입은 건 사실 법인이죠.

    보통 이러한 경우를 '제 3자를 위한 계약'이라고 말하는데요. A와 B가 어떤 계약을 맺어서 계약 당사자가 아닌 C를 수익자로 만드는, 그런 계약을 체결한 거죠. 이런 측면에서 당시 이들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은 골드마크라는 법인을 수익자로 하는, 개인들간의 약정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익자 입장에선, 자신이 계약 당사자는 아니지만 손해를 보는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가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에 대해서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실 이같은 소송에 손해배상 의무까지 부과하면 재판이 한참 길어지게 됩니다.

    또한 당사자들간의 싸움이 격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이런 류의 사건은 '조정'으로 끝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당사자들끼리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 거죠.

    하지원이 이 계약에서 빠져나가려면 모델료 등을 받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계속 주주로 남아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홍보의무도 이행을 하라는 게 재판부의 의도였다고 봅니다.

    재판부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법인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는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 겁니다. 싸움을 더 이상 크게 만들지 않으려고…. 아마도 1심 재판부는 이대로 항소심에 가면 잘 조정이 될 것으로 낙관했는지도 모릅니다.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홍보 의무가 있는지 분명히 명시해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