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닌 불만, "박원순式 재생보다는 근본적인 주거구역 정비 원해"
  • 인근 아파트에서 바라본 금하마을  ⓒ 뉴데일리
    ▲ 인근 아파트에서 바라본 금하마을 ⓒ 뉴데일리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4일 '도시재생사업'이 실시되는 금천구 금하마을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후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의 활동을 두고 금하마을 주민들이 감동했다는 자료를 냈다. 그러나 <뉴데일리>가 실제 금하마을을 방문한 결과 주민들의 반응은 서울시 측이 발표한 내용과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앞서 서울시는 금하마을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쉼터, 녹지공간, 방범용 CCTV, 보안등, 텃밭을 설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노후된 주거시설 보수를 지원하기 위해 저금리 융자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하마을 주민들은 조금 다른 것을 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노후화된 지역이 정비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었다.

    31일 정오 무렵 본지 기자가 금하마을을 방문했다. 전철 1호선 금천구청역에 내려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5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금하마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주위 다른 지역은 모두 아파트가 들어선 반면 이곳은 개발되지 않은 공간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금하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시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는 곧바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텃밭이 조성되는 공간을 찾았다. 금하로 1111번지 인근이었다. 이곳을 지나는 금하마을 주민에게 재생사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주민들은 "(재생사업이 아니라) 시가 오히려 도로·주차 문제와 같은 인프라 문제를 더욱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인근 지역에서 살다 재개발로 인해 7년여 전에 금하마을로 이사해왔다는 박OO(65) 씨는 "금하마을은 도로와 주차 문제를 정비해야 한다. 대부분 주민들이 차를 길거리에 주차하기 때문에 긁고 가는 차들도 있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교통사고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재생'보다는 '정비'에 중점을 둔 보수사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OO(54) 씨는 재생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잠시 보여줄 곳이 있으니 나를 따라서 3분만 걷자"고 했다. 그가 안내한 곳은 길건너편 광명시 소하동이었다. 

    "이곳에 와보니 금하마을에 뭐가 필요한지 아시겠죠?" 정 씨는 "이곳 소하동에는 미국 보스턴(Boston)처럼 깔끔한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들어섰는데, 바로 반대편인 금하마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금하마을이 재개발이 되진 않아도 이렇게 깔끔한 곳으로 정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금하마을 길 건너편의 광명시 소하동 ⓒ 뉴데일리
    ▲ 금하마을 길 건너편의 광명시 소하동 ⓒ 뉴데일리

     

    '도시재생'이 이곳에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 조OO(27) 씨는 "종로구 창신동은 과거 재봉틀을 이용해 옷감을 만들던 사업자들이 많았던 곳으로 옛 기억을 살려 복고적 의미의 도시 재생을 실현하고 있지만 금하마을은 딱히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금하마을에 방문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안양천변 하안로에서 발생하는 소음문제를 지적하는 주민도 있었다. 안OO(67)씨는 "하안로에서 지하차도를 공사하고 있어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금하마을 주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금하마을 뿐만 아니라 독산동에 사는 금천구민들이 서울시에 항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내내 '왜 서울시는 개발이나 정비가 아닌 재생만 강조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맴돌았다. 이에 지하철에 오르며 서울시 해당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금하마을은 (이미)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인데 당시 계획을 수립할 때 시에서만 일방적으로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같이 한 것이다. 특히 방범용 CCTV 설치와 같은 것은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로서는 당장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 금하마을 재생사업

    서울시는 지난 4월 20일 금하마을 재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금천구 독산1동 1,100번지 일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본 사업은 저층주택 밀집지역 주거환경 개선 위해 마련됐다.

    서울시 사업계획은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쉼터 △여가와 편의를 위한 텃밭 △철쭉공원 개선 △방범용 CCTV 및 보완등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하마을 재생사업은 2019년 중반에 완료될 예정이다.

    서울시 측은 해당 사업과 관련해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지역 명소화, 인적 자원을 활용한 재생 주체의 형성 및 공동체 활성화, 고령자 등 보행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친화적 공간 개선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 금천구 금하마을 도시재생지역 ⓒ 서울시
    ▲ 금천구 금하마을 도시재생지역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