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극복·성평등 차원서 공감대 폭발…진보 진영도 '여성징병' 대세
  • ▲ 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베스트 청원 게시물은 '여성징병제' 관련 게시물이다. 청와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당국자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 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베스트 청원 게시물은 '여성징병제' 관련 게시물이다. 청와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당국자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남성만 실질적으로 독박을 쓰는 병역 의무는 문제다. 여성도 병역 의무 이행에 동참하도록 법률을 개정해야한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여성징병제 청원'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현재 청와대의 베스트 청원 게시물은 여성징병제 요청이다. 지난 8월 30일 시작한 이번 청원은 현재까지 7만 6,349명이 참여하며 폭발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청원인은 "지금 현 상황은 주적 북한과 대적하고 있고, 한반도는 중·일·러 강대국에 둘러쌓여있어 불가피하게 징병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근 30년 넘게 저출산이 심각하여 병역자원이 크게 부족해졌고, 때문에 지금은 군 신검에서는 95%에 가까운 인원들이 징집돼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어 "정부에서는 부족한 병사 대신 간부를 증원하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히 말합니다만 병사가 단순히 훈련만 하는 것도 아니고 주·야간 경계근무, 야간 불침번 근무, 대민지원, 부대 내외 작업 등 할 일이 넘쳐난다"며 "그런 것들을 간부가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한국군의 체계와 문화를 감안하면 간부 숫자를 늘리는 방안은 오히려 병사들의 체력소모와 스트레스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청원인은 또한 남녀평등 차원에서도 군 복무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화여대 공무원 준비 학생 5명이 연대 장애인 학생 1명과 같이 여성·장애인과 형평성을 이유로 군 가산점을 폐지시키겠다고 헌법 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폐지시켜버렸는데 그렇다면 여성과 장애인이 동급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시는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며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병으로 의무복무하고 국가에서 남녀차별없이 동일하게 혜택과 보상을 주는 방안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여성 징병제가 여성의 신체 차이를 운운하며 통과되지 않는다면 지금 시행되고 있는 여성 군 간부 모집, 여성경찰 모집도 중단되어야 한다"며 "사회와 기업에서도 여성은 신체적으로 약해 제약을 크게 받으니 남녀간 취업차별이 이루어져도 논리상 할 말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청원인은 이글을 작성하면서 진보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도 글을 소개했다.

    '오늘의 유머'는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있는 친여·진보 커뮤니티 사이트다. 여성 징병 문제가 이념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널리 제기되는 주장이라는 뜻이다.

    '오늘의 유머'댓글은 이 청원에 공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네티즌은 "페미니즘이 아닌 양성평등을 추구하길 (바란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설령 불평등 요소가 있었다 해도 여러분들의 어머니·할머니 세대들이 해당되는 것이지 여러분들이 해당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여성징병제는 전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수단, 북한 등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인접국에 비해 국방능력이 부족한 국가들이 채택했지만, 최근에는 성 평등 측면에서 시행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6년 병역법을 고쳐, 남녀 모두에게 병역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18세가 되는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된다.

    북유럽 복지 강국이라는 노르웨이는 2016년 7월부터 여성징병제를 시행하고 있고 스웨덴 역시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외에 이스라엘을 비롯해 쿠바, 코트디부아르 등도 여성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만들었다. 국민과 소통하는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당국자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취지에 따라 청와대가 여성징병제 청원에 어떤 답변과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