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문진 이사회 개최 앞두고 이효성 "감사도 고려할 것" 정부 개입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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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축하연에 참석해 MBC언론노조 조합원들 곁을 지나가고 있는 이효성. 언론노조는 '총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방통위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축하연에 참석해 MBC언론노조 조합원들 곁을 지나가고 있는 이효성. 언론노조는 '총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방통위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KBS·MBC 총파업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감사'를 언급, 사실상 정부의 파업 개입을 시사해 파장이 예상된다.

    KBS·MBC 이사회가 이틀에 연달아 각각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소집한 가운데 급작스럽게 흘러나온 발언이다.

    이효성 위원장은 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 위원회의에서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감사를 진행하는 등의 행정조치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KBS, MBC 지상파 방송이 파업에 돌입하고 방송의 일상적 편성이 제대로 안되는 것으로 안다"며 "방통위가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정부 개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 이사회 열리자 언론노조 "즉각 해체" 농성 = 지난 6일 KBS 이사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해 11명 중 9명이 참석했으며 고대영 사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 점검을 위해 평창에 내려가 불참했다.

    KBS 이사회는 민주당 측 인사 4명, 한국당 성향 인사 7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번 이사회는 민주당측 인사들이 요구해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인사 이사들은 파업 사태에 대한 사측 대책을 촉구했다.

    김서중 이사(성공회대 교수)는 "이번 총파업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높고, 파업 결과에 따라 KBS 공정성과 신뢰도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고 따져물었고, 조인석 부사장은 "KBS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고대영 사장이 불참함에 따라 차후 노사 모두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다시 개최하기로 합의한 끝에 임시이사회는 마무리됐다.

    같은날 오후 KBS이사회 개최 시간에 맞춰 집회를 시작한 언론노조는 이사회 해체 등을 주장하며 이인호 KBS 이사장과 대치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을 방문한 성재호 KBS언론노조 위원장은 고대영 사장이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아 1시간 넘게 대치하고 SNS에 현장을 생중계하는 등 경영진에 압박을 가했다.

    7일에는 MBC가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다. 오후 2시부터 MBC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가운데,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는 MBC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장 사퇴 등을 외치며 사측과 대치 중인 상태다.

    MBC 방문진 이사는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은 여권, 나머지 3명은 야권에서 추천하는데 현재 방문진은 이전 정부에서 구성돼 한국당 측 6명, 민주당 측 3명 구도로 이뤄져 있다.
     
    민주당 "방통위가 파업 사태 지켜보는 건 직무유기" = 이같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파업 개입 의사를 내비치자, 그간 방통위 개입을 촉구했던 민주당은 사실상 환영 의사를 내비치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파업 사태를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힘들고 또 방통위가 이를 두고만 보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개입 등을 "명백한 공영방송 장악 의도"라며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4일에는 한국당 의원 80여명이 방통위를 집단 항의 방문하기도 한 만큼 야권에서는 극렬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여야의 시각차는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통령 추천 고삼석 위원은 "공영방송 개혁은 필요하다. 방통위 설립 목적에 맞게 방통위가 그 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방통위의 파업 개입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파업 사태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위원장께서 양쪽 입장을 경청하는 기회를 가지고 사업자도 만나보길 바란다"고 우려의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인위적으로 강행할 일은 아니고 법과 절차에 따라 정해진 대로 가야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방송법 제50조 및 63조에 따르면 방통위는 KBS 이사회의 제청을 받아 감사를 임명하게 돼 있다. KBS 감사는 내부-외부 감사로 이뤄지며 필요시 감사원에 의해 외부감사를 받는다.

    MBC의 경우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업무 및 회계와 관련한 내부감사가 이뤄진다. MBC감사는 방문진의 제청없이 방통위가 임명할 수 있다.

    두 노조가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미 양사 간판뉴스 방송분량은 각각 40분으로 단축됐다. 주요 시사-예능프로그램도 줄줄이 결방하고 드라마 방영에도 차질이 생기는 등 방송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