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언급 최소화, 협력만 약속… '저자세 외교'에 비판 일어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DB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동방경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DB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핵 관련 언급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신북방정책'을 언급했다. 북핵 문제에서는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러시아에 선물 보따리만 풀어놓은 연설에 정치권에서는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동은 여전히 잠재력이 가득하고 매력적인 곳"이라며 "한국 역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자'라는 동방경제포럼의 슬로건에 맞게 러시아와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한층 본격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일자리·농업·수산 등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를 놓아 동시 다발적인 협력을 이루어나갈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1위의 조선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세계2위의 가스 수입국임을 거론했다. 극동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는 러시아를 위해 '선물 보따리'를 꺼낸 셈이다.

    나아가 "나는 동북아 경제 공동체와 다자 안보 체제까지 전망하는 큰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할 것을 동북아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확약 받아야 할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을 삼갔다.

    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은 "며칠 전 있었던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극동발전을 위한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러시아에 불편할 수 있는 발언을 미리 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철저한 계산을 통해 주고 받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협력을 '선물'하는 대신 당연히 북핵 문제에 대한 답변을 받았어야 했지만 언급조차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실제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동방경제포럼 전부터 양국 간 온도차가 있었다. 지난 한-러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간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언급해 '피아 구분'을 정확히 했다. "어떤 종류의 제재도 지금은 쓸모없고 비효과적일 것"이라며 "우리를 북한과 같은 제재에 올려놓고는 북한에 대한 제재 부과에 우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원하는 원유 공급 중단 문제에 대해서도 "1분기 (러시아의 대북) 석유·석유제품 공급은 4만톤"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당초 러시아에 방문하면서 표방했던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동반자' 문구가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한국과 함께한다면 북핵문제에 있어서도 의견을 같이 해야하지만, 러시아가 선을 그으면서 얻은 것 없이 주기만 한 꼴이 됐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도중 러시아의 이같은 미온적인 자세에도 불구 "나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 국제적 제재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것을 감사드리면서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저자세 외교를 바라보는 정치권엣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유한국당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윤영석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발표한 신북방정책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했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과 사실상 유사하다"면서도 "원유공급 중단을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가스관 설치 같은 부분을 언급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같은 정책이 장기적으로 볼때에는 북핵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이나 러시아의 판단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며 "방문 목적이자 가장 큰 현안은 북핵 문제인데 이 부분에 전혀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도움이 되겠느냐"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