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배치" 강조로 '달래기'… 기습 서면 발표에 논란 계속될 듯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반면 8일 저녁 이뤄진 사드 배치 관련 대국민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론 앞에 서지 않고 서면으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반면 8일 저녁 이뤄진 사드 배치 관련 대국민 메시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론 앞에 서지 않고 서면으로 발표하는 형식을 취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전격 발표했다.

    경북 성주에 이뤄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친문(친문재인)과 자칭 '촛불세력' 등 지지층이 술렁이면서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자 급히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국민 메시지의 내용과 형식을 고려할 때,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저녁, 서면을 통해 사드 배치와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서면 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묵살한 채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 배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사드 배치는 "미리 예고했던 바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4월 19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제어하지 못한다면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켜 '일관성 있는 집행'이라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써 '괜한 혼선만 야기했다'는 비판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드 배치의 당위성과 일관성을 강조하면서도, 반발하고 있는 지지층을 향해서는 최대한 몸을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부와 달리 평화적인 집회 관리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이 (사드 임시 배치)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과 경찰관의 부상을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상당하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분들께 적절한 위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권력에 불법 항거한 '촛불세력' 앞에 고개를 숙였다.

    나아가 사드 배치를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안보를 걱정하는 일반 국민들은 이미 전부터 사드 배치를 주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양해를 구한 대상은 일반 국민이 아닌 친문·촛불세력으로 볼 수 있다.

    전격적인 '대국민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혼란은 가라앉기는 커녕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지난 7일 경북 성주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는 '임시 배치'라는 점을 한사코 강조했다. 서면 메시지에서 '임시'라는 단어만 다섯 번 반복됐다.

    "이번 사드 배치는 안보의 엄중함을 감안한 임시 배치"라며 "사드의 최종 배치 여부는 보다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은 보수·진보 진영 양측에서 새로운 논란거리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진영은 '임시 배치' 공언으로 빚어질 한미동맹의 불안과 동맹국의 불만을 우려할 것이고, 진보 진영은 이미 배치돼서 운용되기 시작한 동맹국의 방어 무기 체계를 과연 일반환경영향평가 이후에 '들어낸다'는 게 실제로 가능할 것인지 의구심을 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선후보 시절 선거운동을 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관련 입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사드 배치의 '임시성'을 강조함에 따라 오히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사계절 동안 진행될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나는 1년여 뒤까지 늘어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드 관련 대국민 메시지가 금요일 늦은 저녁에 서면 발표 형식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문제다.

    대국민 메시지가 서면으로 발표됨에 따라, 취재진은 메시지를 발표한 대통령과 질의응답을 할 수 없었다. 국민들 또한 사드 배치 및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입장에 관해 언론을 통해 의문을 풀 수 없게 된 것은 물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섯 번 언론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취임 당일인 5월 10일 이낙연 국무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할 때를 시작으로, 19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후보자를 지명할 때에는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사안이 민감하지 않거나 국민이 궁금증이 크지 않을 때에는 직접 언론 앞에 나서 질문을 받으면서 "앞으로 자주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하다가, 정작 국가안보적으로 매우 중대하고 국민들의 관심사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달랑 서면 메시지만 내놓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국민 메시지가 나온 형식과 시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과 6차 핵실험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런데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핵실험 직후 때에는 해법을 제시하거나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려는 대국민 메시지가 없다가,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사드가 배치된 뒤 친문·촛불 진영의 비판이 일자 급거 메시지가 나왔다.

    이날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는 측근 참모들도 모를 정도로 전격적인 결단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경쓰는 '국민'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안보 불안을 호소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에는 침묵하다가, 급진 촛불 세력이 "촛불을 배신했다"고 규탄하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 핵심 친문 세력이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는데,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자 '화들짝' 놀라,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라면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번 대국민 메시지는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초유의 안보 위기 속에서 양 갈래로 갈라진 국론을 수습하는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