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비핵화 합의’ 파기 아니다

[전술핵무기 ⓵]2003년 北이 비핵화 파기…文정부 전술핵 배치 반대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9.13 1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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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통일·외교부장입니다. 통일부,외교부,북한,국제 분야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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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위협을 다시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깨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내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합의’를 깨는 것이 아니다. 이 합의는 2006년 9월에 이미 북한이 파기했기 때문이다.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 합의, 그리고 25년

‘한반도 비핵화’라고 부르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은 1991년 11월 8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주창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는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평화적인 세계를 지향하며, 화학·생물 무기의 전면적 제거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이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준수한다”며 북한 측에 동참을 촉구했다.

당시 세계는 동구권의 붕괴와 소련 해체로 화해와 평화 무드에 젖어 있었다. 한반도 또한 ‘최후의 냉전지역’이라 불리며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련이 무너지고, 중공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교류 협력을 통해 점차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고 있던 상황에서 북한은 일단 한국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 1991년 12월 남북은 3번의 고위급 회담을 가진 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조국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마련하자”는 취지에 남북 모두 동의했다.

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은 1991년 12월 채택된 뒤 1992년 2월 19일 北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기본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발효됐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을 하지 않고, 배치 및 사용을 하지 않으며, 무기 제작을 위한 핵물질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남북은 당시 양측이 선정하고 상호 합의하는 대상들을 통해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상호 간의 사찰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1992년 3월 19일 첫 ‘남북 핵통제 공동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이후에도 회의는 13번 열렸지만 상호 사찰은 하지 않았다.

이 합의가 사실상 깨진 것은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당시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가 6차례의 핵시설 사찰을 하는 과정에서 ‘특수시설’ 두 곳에 대한 사찰을 거부했고, 이에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하자 ‘주권에 관한 사안’이라며 NPT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일본, EU 등이 참여한 가운데 1994년 10월 21일 북한과 ‘제네바 합의’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은 2003년 1월 10일 NPT 재탈퇴를 선언하고, 5월 12일에는 일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폐기를 주장했다. 이때 한국과 중국 정부가 나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렀고, ‘6자 회담’이 같은 해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었고, 러시아는 경제를 재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중재자’를 자처한 중국과 미국을 대신한 일본, 그 사이에서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한국이 나섰지만 북한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2008년 12월 8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6자 회담’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사회를 갖고 놀았다. 2005년 2월 10일 ‘핵보유’를 선언했고, 2006년 10월 9일에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2007년 2월 13일 6자 회담에서 ‘2.13합의’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마련하는 듯 보였지만 결과는 북한의 ‘뒤통수 때리기’였다.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무의미한 비핵화 선언과 전술 핵무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처럼 한국 사회 일각에서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철저히 파기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에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장착했다고 선전하는 마당에 한국만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일단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대비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탄도미사일 요격체계 도입과 대북 선제타격 방안 마련 등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둘 다 정치·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경북 성주에 배치한 ‘사드(THAAD, 종말 고고도요격체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상호확증파괴(MAD)’ 개념에 따라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전반핵 주장 분위기와 NPT 탈퇴로 인한 국제적 고립, 개발에 걸리는 시간, 결정적으로 북한 측이 ‘상호확증파괴’를 무시하고 핵무장 경쟁에 나설 가능성 등이 있다 확실한 해결책이 안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럼 한국에게 선택지는 없는 걸까. 마지막 남은 것이 미국 정부에 전술 핵무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게 전술 핵무기 재배치 요청을 한다면, 이때 올 전술 핵무기는 B61 계열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술 핵무기 한국 재배치’ 논의가 시작되자 핵배낭과 핵지뢰, 8인치 포 전용 핵포탄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런 전술 핵무기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함께 한국에서 모두 수거해간 뒤에 폐기했다. 미국과 소련 간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계속 진전되면서, 양국의 전술 핵무기는 거의 다 폐기된 상태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전술 핵무기는 항공기 탑재용 B61 계열이 전부다.


B61 전술 핵폭탄은 일반적인 폭탄과 비슷한 형태로, 지하에 만든 적의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1968년부터 생산한 것이다. 모두 13가지의 변형이 있는데 구형은 거의 폐기됐고 현재 사용 중인 B61 계열 폭탄은 신관을 조절하면 폭발력을 0.3kt부터 170kt까지 조절할 수 있다. 게다가 관통력이 높아 북한 지하시설 파괴전문 핵무기로 유명하다.

이처럼 미국의 전술 핵무기 한국 배치는 현실성이 있는 대북 억제력 카드 가운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는 기자 간담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한 적이 없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국회 대정부 질의에 나온 이낙연 국무총리, 송영무 국방장관, 강경화 외교장관 또한 “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고려한 적이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전술 핵무기 재배치 요청을 위한 1,000만 인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국민적 여론이 바뀔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술핵무기 ② 美전술핵무기 B61을 알아보자]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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