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방송 절차 거치지 않은 탓""일부 기자들, 적반하장 격으로 책임전가..회사 맹비난"
  • ▲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하는 도중 한 MBC 기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 공준표 기자
    ▲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하는 도중 한 MBC 기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 공준표 기자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에서 주도하는 'MBC 파업 사태'가 2주째에 접어 들고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가 MBC 경영진을 흔들기 위해 '사실과 맞지 않는' 무리한 주장을 펴면서 도리어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오보 당사자들이 오히려 회사를 비난.."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


    MBC에 따르면 언론노조 MBC본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MBC로 인해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오보가 촉발됐다"며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하도록 지시한 당시 보도국 수뇌부와 경영진이 오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언론노조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영화 '공범자들'에는 박상후 현 시사제작국 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목포MBC 기자들의 보고를 묵살해 전원구조 오보를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상후 시사제작국 부국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원 구조됐다'는 자막은 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인 기자와 시경캡이 경기교육청에서 들은 것을 팩트 체킹 없이 방송에 내보냈던 것"이라며 오보의 당사자가 '언론노조 조합원'이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목포MBC 보도부장이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가 전해온 바에 따르면 전원구조가 아닐 수도 있으니 참고해달라'고 보고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취재 내용이 없어 판단하기가 모호했을 뿐 묵살한 게 아니었습니다.


    박 부국장은 "다시 말하자면 제가 보고를 묵살해 '전원구조됐다'는 오보가 난 게 아니라, 오보는 이미 언론노조 구성원들에 의해 발생한 상황이었다"며 "이를 왜 빨리 정정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은 너는 왜 신의 영역에 들지 못했느냐는 논리나 마찬가지"라고 재차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당시 발생한 오보 사태의 진실은 무엇일까. MBC 오정환 보도본부장은 최근 배포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오보 과정에 관여했던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누구에 의해서 어떤 경로로 오보가 전파됐는지를 자세히 소개했다. 놀랍게도 학생들이 전원구조됐다는 '희대의 오보'는 모두 언론노조에 속한 기자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이들을 지켜준 이는 바로 MBC였다.

    MBC는 '보도는 전 조직이 유기체처럼 기능해 생산하는 것이며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믿음 때문에, 그동안 (경영진에게 쏟아지는)무수한 공세를 맞으면서도 관련자들의 이름을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 내 언론노조와 기자회가 자꾸만 MBC 때문에 오보가 발생한 것처럼 몰아세우고, 한 관련자가 회사 게시판에 올린 사건 발생 경위가 실제 있었던 사실과 달라, 부득불 진상 규명 차원에서 당시 상황을 공개하게 됐다는 게 오정환 보도본부장의 주장이다.

    오 보도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특보가 진행 중이던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57분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는 바람에 각 언론사 서울경찰청 출입기자들이 자사 기자들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단원고에서 현장 취재하던 MBN 기자가 가장 먼저 '확인됐다'는 보고를 했었다"고 당시 일을 떠올렸다.

    오전 11시쯤 서울경찰청 MBN 출입기자가 이 같은 내용을 타사 기자들과 공유했고, 기자들이 각자 회사에 보고해 MBN을 시작으로 방송사들이 거의 비슷한 시각에 관련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MBN은 11시 1분 11초에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 MBC는 11시 1분 26초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 구조”」, SBS는 11시 2분 13초에 「안산 단원고 측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냈고, YTN도 11시 3분경 같은 취지의 자막을 방송했습니다.


    오 본부장은 "MBC의 경우 서울경찰청 출입기자인 사회2부 노OO 기자가 MBN 기자로부터 ‘전원 구조’ 이야기를 들은 뒤 단원고에서 취재하던 정OO 기자에게 연락해 "맞는 것 같다"는 확인을 거친 뒤 회사에 있던 박OO 기자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며 "박OO 기자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작성해 직접 그래픽실로 가져가 방송하도록 했는데, 당시 그래픽실에는 주간뉴스부 양OO 기자가 방송 전 자막을 확인하고 있었고, 스튜디오에는 윤OO 기자가 PD를 맡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원구조’라는 자막은 급하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방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방송됐는데, 당시 문제의 자막이 취재부서 부장 또는 데스크를 거쳐 편집부장 또는 편집센터장에게 전달되고 다시 확인 과정을 거쳐 그래픽실로 향하는 통상의 절차를 거쳤다면, 190여명 또는 107명을 구조했다는 직전 리포트 내용과 상충되는 부분을 해명해달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오 본부장은 "노OO 기자는 최근 회사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해경으로부터 전원구조는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고, 각사마다 자막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게 첫 자막이 나가고 20분 뒤였다’라고 해명했으나, 노OO 기자의 주장은 그 뒤 방송 내용과 모순된다"며 "상대적으로 자막 수정이 빨랐던 MBC조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전원구조’ 자막이 나갔고, 그 뒤로도 구조자 수에 대한 상반되는 정보가 계속 교차해 방송됐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노OO 기자가 전원 구조된 게 아닌 줄 알고도 회사에 안 알렸다면 고의로 중대한 오보를 방치한 행위이며, 그게 아니라면 노OO 기자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KBS는 오후 1시 21분까지 SBS는 오후 1시 8분까지 「승객은 전원 탈출한 듯」이라는 자막을 방송해 타 방송사들의 오보 정정 시기도 노OO 기자의 설명과 배치됩니다.


    또한 오 본부장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 나가 있던 목포MBC 김O 기자는 전화 리포트에서 '해경에 따르면, 오늘 오전 11시 현재 161명이 공식적으로 구조됐다'며 오전 11시 24분 처음으로 정정 보도를 냈지만, 그 직후인 11시 33분 서울MBC 오OO 기자는 '세월호에 탑승한 학생은 325명이었고, 이 학생들은 모두 안전하게 구조했다고 정부가 밝혔다'는 상반되는 내용을 보도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오전 11시 36분 목포MBC 양OO 기자는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은 이곳에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지만, 1분 뒤 서울MBC 염OO 기자는 “조금 전 경기교육청 대책반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은 모두 구조됐다고 밝힌 상태입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목포와 서울의 엇갈린 보도는 오후 1시 넘어 오OO 기자가 “아직까지 280명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며 수습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오후 1시 15분 염OO 기자는 “조금 전에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2명이 사망했고, 368명이 생존했다고 전해왔습니다”라고 다시 오보를 시작했습니다.


    오 본부장은 "오보는 이처럼 노OO 정OO 박OO 양OO 윤OO 오OO 염OO 기자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대됐으나 회사는 이들이 재난 상황에서 신속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당시 MBC 재난보도 준칙이 ‘재난 희생자 숫자는 정부의 발표에 따르도록’ 돼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그러나 이들이 소속된 언론노조와 기자회가 전원구조 오보를 MBC 경영진을 흔드는 소재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더구나 오보의 당사자들이 경영진 비방에 합류한 것은 양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MBC 기자회는 2014년 5월 ‘MBC 30기 이하 기자 일동 성명’을 내고 ‘전원구조’ 자막 오보와 관련해 회사를 맹비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에서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기자들이 회사 통제에서 벗어나 저지른 오보에 대해 적반하장 격으로 회사를 비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