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인터뷰서 '핵 대응 포기' 천명하자 마음놓고 도발? 김정은에게도 '패싱' 당하나
  • 북한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저지른 뒤, 군 관계자와 함께 손뼉을 치며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북한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저지른 뒤, 군 관계자와 함께 손뼉을 치며 자축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대화의 의지가 곧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산산조각나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북한은 15일 새벽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또다시 자행했다.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도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탄착점까지 약 3700㎞를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이 있은지 약 1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8시부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논의했다.

    또, 우리 군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원점인 평양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에 해당하는 약 250㎞ 사거리의 현무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대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름대로의 대응이 있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고 허탈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얼마 전 실험 성공한 수소폭탄의 탄두를 장착해 서울을 향해 발사하면 수백만 명이 순식간에 몰살당한다. 그런 연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원점을 우리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공격하더라도 그것은 대응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핵은 '비대칭 전력'이라는 명칭대로 핵으로만 대항할 수 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의 고도화가 드러남에 따라, 최근 우리 내부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 개발까지 다양한 논의가 백가쟁명식으로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여지를 일축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핵으로 대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보도전문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핵으로 대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우리도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의 평화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핵에 대응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해야 한다거나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우리는 북한이 대화로 나올 경우, 양자·다자 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대화 방안을 가지고 있다"며 "(대화 병행이라는) 대북 정책의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한 인터뷰였지만, 곧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는 미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국민으로서는 허탈한 일이다.

    따지고보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 자체가 북한이 6차에 걸쳐 핵실험을 한 마당에 이미 허상에 불과한 낱말이 돼버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란 결국 대한민국만의 핵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 대응 포기' 천명에 북한은 더욱 마음놓고 탄도미사일을 날리고 핵 도발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로가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봤을 때 김정은 조차 문재인 대통령을 '패싱'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또한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응답함으로써 '대화는 없다'는 못을 박았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