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퇴짜에 예산 ⅔ 삭감… "호남인은 철새만도 못한 존재냐"
  • 흑산공항 위치도. ⓒ연합뉴스 그래픽DB
    ▲ 흑산공항 위치도. ⓒ연합뉴스 그래픽DB

    호남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데 이어, 호남 도서지역 배려의 상징인 흑산도공항(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문재인정권의 '호남 홀대 본격화' 논란이 더욱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한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국토건설부와 기획재정부의 행정절차는 마무리됐으나, 정권교체 이후 입김이 부쩍 강해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철새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며 연일 퇴짜를 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세계 방방곡곡으로 대형 항공기를 띄우는 인천국제공항도 섬(영종도)에 지었다"며 "50인승 경항공기를 띄우는 공항이 얼마나 환경과 철새에 해를 끼친다고 어깃장을 놓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이례적 수치인 4.38이 나왔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데, 일반적으로 '선심성 공약'이 0.3과 0.4 사이를 오가는 것을 감안하면 흑산공항 개항으로 얼마나 편익이 증대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흑산도는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2시간 30분, 이후 목포여객터미널에서 편도 3만5000원의 운임을 내고 페리로 2시간 이동해야 하는 지금도 연 4만 명의 관광객이 내방하고 있다. 다도해상에 위치하고 있어 홍도 등 주변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공항이 개항하면 경항공기로 편도 50분만에 갈 수 있어 접근성이 대폭 개선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수심이 깊은 동해를 매립해야 하는 울릉공항과는 달리, 서해안은 수심이 얕은데다 공항부지 대부분이 육상에 위치해 있어 환경 파괴가 미미하고 예산도 절감된다. 사업비가 울릉공항에 비해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뭣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연륙교를 지을 수 없는 흑산도와 같은 도서 지역의 경공항 건설은 이동복지의 문제라는 목소리다.

  • 울릉공항·흑산공항 사업개요도. ⓒ연합뉴스 그래픽DB
    ▲ 울릉공항·흑산공항 사업개요도. ⓒ연합뉴스 그래픽DB

    흑산도 인근 도서에서는 병이 났을 때 풍랑이 거세 배를 띄우지 못하면 꼼짝없이 누워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 청년회 관계자에 따르면, 풍랑으로 페리가 끊어졌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어선을 띄워 목포로 환자를 후송한 적도 여러 차례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철새) 대체 서식지 (조성)은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흑산공항 건설 백지화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 도서 지역 주민은 철새보다도 못한 생명체라는 것인지, 문재인정권의 '호남 홀대' 결정판의 사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 와중에 흑산공항 건설사업비로 전라남도가 요청한 예산 500억 원은 3분의 2가 잘려나가며 정부예산안에 불과 167억 원만 반영됐다.

    예산 편성 결과만 놓고보면 문재인정권이 흑산공항 백지화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가 흑산공항의 필요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전남지사 출신 이낙연 총리인데, 정부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흑산공항 예산이 이토록 참혹하게 잘려나갔다는 것은, 정권 핵심부의 '백지화' 의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19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할 당시 동서화합과 섬 주민의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경북 울릉공항과 함께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해 관철시킨 장본인인 국민의당 이윤석 전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흑산공항은 지역주민들에게 정말로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