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탄도미사일 기술 확산되면 유럽·중동 평화까지 위협
  • 북한이 거듭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조약 5조를 언급하며 "범지구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거듭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조약 5조를 언급하며 "범지구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이 전 세계적인 위협이라는 주장, 한국에서는 먹히지 않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9월 8일(현지시간) 옌스 스톨렌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트위터에 올린 발언이 대표적이다.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대북제재에 대한 무례한 행동”이라며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정면 도전하는 북한에 대해 범지구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英BBC는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자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주장을 전했다.

    당시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북한의 무례한 행태는 지구적 위협을 초래하는 것과 동시에 NATO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대응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지난 8월 ‘괌 주변을 화성-12형 탄도미사일로 포위 공격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NATO조약 제5조에 따라 회원국이 공동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왜 지구 반대편 안보 문제에 신경 쓰느냐”고 반발하지만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은 “북한이 미국령 괌을 향해 IRBM 공격을 자행할 때”라는 조건을 달았기에 그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가 언급한 NATO조약 제5조는 “NATO 회원국이 적으로부터 무력을 사용한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 어떤 자원도 동원해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 실행됐다. NATO는 미국을 돕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했다.

    물론 북한이 미국을 향해 공격을 가한다면 ‘9.11테러’와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NATO 회원국이 참전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실제 공격하지 않은 상황에서 NATO 조약 제5조까지 언급한 배경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문제가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북미와 호주, 유럽, 동남아 국가들 모두가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NATO조약 5조를 언급하며 "동맹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NATO조약 제5조는 집단안보체제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美CNN의 NATO조약 5조 설명보도 화면캡쳐.
    ▲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NATO조약 5조를 언급하며 "동맹국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NATO조약 제5조는 집단안보체제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美CNN의 NATO조약 5조 설명보도 화면캡쳐.


    세계 군사전문가들은 ‘통제 불가능한 정권’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소유하게 될 경우 해당 무기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까지 급속히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 쉽게 말해 돈만 있으면 테러조직 대쉬(ISIS)나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핵폭탄과 탄도미사일을 구입해 세계 곳곳에서 핵 테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테러조직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이란, 시리아와 같은 반미-반서방 국가의 손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 넘어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 생명과 명예를 걸고 “핵전쟁을 먼저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겠다고 감수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공산독재 또는 종교독재 체제는 다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스라엘과 NATO 회원국들에게 핵무기를 날리고 싶어 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냉전이 끝난 뒤 기존의 WTO(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들은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NATO에 가입했다. 당시 러시아는 이에 분노했지만 ‘숙취에 시달리던 러시아’는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 그러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하면서 러시아는 당시 급부상하던 중공과 함께 유라시아 일대의 이슬람 국가들을 끌어 모아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만든다.

    북한 핵문제로 인한 갈등이 극심해져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서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동유럽 일대를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美군사력으로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과 서쪽에서 동시에 대규모 전쟁을 치를 수가 없다. NATO 입장에서는 회원국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5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은 동해와 日홋카이도를 지나 3,700km 가량을 비행했다. ‘화성-12형’ 시험발사로 ‘화성-14형’의 성능을 가늠해 본다면 머지않아 전 지구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능력을 얻은 북한이 돈만 된다면 무슨 짓을 못할까.

    옌스 스톨렌베르크 NATO 사무총장이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흥분하는 것에는 실은 이런 이유들도 숨어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스스로를 ‘한반도 문제’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한반도를 훌쩍 벗어나 태평양에 떨어진 순간부터 한국은 더 이상 이 지역의 주인공이 아니게 됐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언제, 왜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