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 비판했다 '옐로카드' 받아… 靑 경고조치 놓고 '위헌' 논란
  • '참군인'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다. 송영무 장관은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일 공개적으로 엄중 주의 조치를 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참군인'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다. 송영무 장관은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19일 공개적으로 엄중 주의 조치를 받았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문재인정권의 '외교 상왕'인 문정인 외교안보특보를 작심 비판했다가, 청와대의 진노를 사 '엄중 경고'를 받았다.

    헌법에 정해져 있는 국무위원의 권리이자 의무를 행했을 따름인데 특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청와대의 '경고'를 받는 것을 보면서, 이 정권에서의 '상왕'의 위세가 마침내 헌정질서마저 위협하고 흔들리게 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서면을 통해 "송영무 국방장관의 국회 국방위 발언은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라며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송영무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으로, 안보특보(의 발언으)로는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며 "상대할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문정인 특보가 지난 17일 급진 성향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참수부대를 창설하겠다는 송영무 장관의 발언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부분은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매도한 것에 대해 의원들이 반박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송영무 장관은 문정인 특보가 직접 비판한 '김정은 참수부대'와 관련해서도 "(창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송영무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상황 속에서도 이례적으로 국무위원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이같은 사실을 밝히기까지 한 것이다.

    국무위원에 대한 이례적으로 신속한 '공개 경고' 조치는 이 정권에서 문정인 특보가 가지는 위상이 얼마나 무소불위인지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지적이다.

    문정인 특보는 평소 이 정권의 '외교 상왕(上王)'이라 불려왔다. 상왕인 문정인 특보를 향한 비판은 곧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며, 북한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참군인' 송영무 장관은 우직한 발상으로 국익에 해가 되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을 비판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것을 자신을 향한 비판으로 받아들이리라는 '정무적 판단'까지는 미처 하지 못한 듯 하다.

  • '외교 상왕'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북핵 위기를 다룬 한 토론회에서 손을 들어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외교 상왕'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북핵 위기를 다룬 한 토론회에서 손을 들어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결과적으로 청와대는 송영무 장관의 발언을 대역(大逆)이자 하극상(下剋上)으로 간주해, 대통령이 뉴욕에 가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진압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무리 '상왕 비판'이 곧 '대통령 비판'과 마찬가지인 셈이라 해도, 청와대의 '엄중 경고'는 헌정 상의 질서를 해친 위헌적인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무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헌법이 정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헌법 제87조 2항에서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규정돼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국방·안보와 관련해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보좌역은 특보가 아니라 국무위원인 장관이 최우선이다.

    외교·안보와 관련해 이견이 생기면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자신을 보좌하도록 돼 있는 국무위원의 말에 귀를 우선 기울여야 하는데, 헌법은 고사하고 법률상에도 직제 근거가 불분명한 특보의 의견을 우선했다는 것은 이미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하물며 국무위원이 특보의 견해를 비판했다고 해서 "정책적 혼선을 야기했다"고 나무라는 것은, 정책주도권이 헌법이 정한 국무위원에게 있는 게 아니라 법외(法外)의 상왕에게 있다고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또,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국사행위(國事行爲)를 하는 문서에 부서(副署)하도록 돼 있다(헌법 제82조). 이는 국방과 관련한 대통령의 결정에는 국방장관이 함께 서명해 무거운 책임을 나눠지기 위함이다. 아무런 책임이 없는 특보와는 헌법상의 위격이 다르다.

    국무위원의 국회 답변에 대해 청와대가 '엄중 경고'하는 것 자체가 헌법에 정한 국무위원의 의무와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기도 한다.

    헌법 제62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회 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성실히 응답하고 양심에 따라 의견을 진술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국무위원의 의무이자 권리다.

    청와대의 송영무 국방장관에 대한 '엄중 경고'는 헌법이 정한 국무위원의 권리와 의무를 행하지 말라는 말로써, 위헌을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는 반(反)헌법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무위원은 헌법이 정한 자리인 반면 청와대 특보는 헌법에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은 물론 직제를 설치한 법률상의 근거조차 불분명하다"며 "국무위원이 특보를 비판했다고 경고를 받는다는 것은, '상왕'의 위세가 마침내 헌정질서마저 농단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