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국 베네수엘라, 정권 입맛에 맞춘 사법부 행태로 몰락… 한국서 재현될까 '조마조마'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에 대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20일 의원총회를 통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인준 반대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후보자 표결 당시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 한국당이 김명수 후보자 표결 참여 및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데에는 정부의 사법부 장악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이른바 사법부 코드인사가 현실화 될 경우, 정부의 입맛대로 인사를 감행해 코드 사법부를 만든 뒤 베네수엘라를 몰락의 길로 치닫게 한 차베스정권의 실수가 한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당은 한 국가의 사법부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편향될 경우, 국가의 운명까지 뒤바뀔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이 주목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법부 장악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차베스가 정권을 잡았던 2004년부터 2014년, 차베스로부터 독재권력을 이어 받은 마두로 대통령까지 베네수엘라 사법부는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대법관들로 채워졌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2년 반 차베스 쿠데타 당시 대법원이 반정부 세력을 옹호하자,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새 대법관을 자신의 지지자로 채워넣었다. 

    결국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013년 1월 차베스가 암 투병 중에 대통령 취임 선서도 없이 4번째 임기시를 시작한 것에 대해서 합헌 판결을 내려 세계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당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사회주의 이념화에 앞장섰던 마에킬 모레노 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임명했고 차베스가 대통령이 된 시기부터 마두루까지 대법원이 담당한 4만5천474개의 사건에서 단 한 번도 차베스의 뜻에 반대되는 판결이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베네수엘라 사례에서 보듯 "사법의 정의가 살지 않는 나라는 국가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 엄중한 역사의 현실을 가지고,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임기 동안 막대한 인사권을 쥐게 되는 상황이다. 그는 대법관 12명에 대한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대한 지명권을 갖게 된다. 또 사실상 3천여명이 넘는 법관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김 후보자를 중심으로 정부·여당과 결을 같이할 인물로 사법부가 채워질 경우 한국도 베네수엘라와 같은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우려다. 제1야당으로서 적어도 편향된 사법부로 인해 한 국가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홍준표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베네수엘라는) 제도적으로 좌파 세상을 구현했다. 그러다 남미 최고의 석유 부국이 망하게 된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코드화 되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견제장치가 없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6년이다. 이 정권 끝나고 1년을 더 지내며 좌파 대법원을 구성하게 된다"며 "법원만큼은 법의 양심으로 가치 중립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