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상대 감독권 행사, 30년 만에 처음...“MBC 경영자료 요구는 위법” 지적도
  •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우측).ⓒ뉴데일리DB.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우측).ⓒ뉴데일리DB.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를 상대로 감사·감독에 나서면서, 설(說)로만 떠돌던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방통위의 방문진에 대한 관리 감독권 행사 및 경영자료 제출 요구는, 1988년 방송문화진흥회법이 제정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방통위의 감독권 행사가 파업 중간에 이뤄졌다는 점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방송사 경영진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방통위의 전례 없는 감독권 행사는 통상적인 업무수행이라기 보다는, MBC 경영진 및 방문진 이사회의 인위적 물갈이를 위한 ‘전방위 압박’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방통위가 요구한 경영자료의 내용을 보면, 이런 관측은 설득력이 있다. 

    22일 방통위가 방문진에게 요구한 자료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약 5년간의 이사진 급여와 법인카드 사용 내역 ▲노사단체 협의 사항 ▲사장 추천 및 해임 관련 자료 ▲직원 성과금 지급내역 ▲MBC 내부 경영자료 등으로 매우 광범위하다. 방통위는 이들 자료를 29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방통위가 방문진이 아닌 MBC 내부 경영자료까지 요구한 사실에 대해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법제처 유권해석 상 방문진에 대한 감독권 행사 자체를 부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경우에도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감독권을 이용해, MBC 내부 경영자료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통위 관계자는 “2002년 법제처는 방송위원회(현 방통위)가 방문진에 대한 감사·감독권을 가진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사실이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그는 “방송 자유와 공공성·공익성을 확보하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진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방통위의 이례적인 감독권 행사와 더불어 이효성 위원장의 ‘입’도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은 지난 14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신경민 민주당 의원의 대정부 질의를 받고, 고 이사장의 자진사퇴가 필요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신경민 의원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한 고영주 이사장이 자리에 계속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효성 위원장 :
    “명확한 근거 없이 특정인을 폄훼한 것은 명예훼손이며 대통령을 선출한 유권자, 즉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계 안팎에서는 방통위가 고영주 이사장 퇴진에 초점을 맞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언론 정상화를 위해 방문진을 감독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이사들의 직장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민노총 언론노조 조합원들의 행태도 감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