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도서 당일 베스트셀러 1위, 전일대비 주문량 20배 증가
  •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그의 대표작인 '남아 있는 나날'이 단숨에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5일 오후 8시(한국시각) 2017년 117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즈오 이시구로가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영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07년 도리스 레싱(1919~2013) 이후 10년만이다. 위원회는 "이시구로가 강력한 정서적 힘을 지닌 작품 속에서 인간을 세계와 이어주는 환상의 심연을 드러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시구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위대한 작가들의 발걸음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굉장한 영광이며 멋진 찬사"라며 "매우 불확실한 순간에 있는 우리 세계에 노벨상이 긍정적인 어떤 힘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 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은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단숨에 6일 오전 10시 집계기준 당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주문량도 전일대비 20배 이상 증가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나를 보내지마'는 3위, '녹턴' 4위,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8위, '파묻힌 거인'과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은 각각 11위를 기록하면서 11위권 내에 무려 7권이나 진입했다.

    예스24  집계에 따르면 가즈오 이시구로의 저서는 수상 직전 1주일간 판매량은 6권이었으나, 수상 이후 현재(오후 4시 기준)까지 판매량이 1319권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총 판매량이 220배 급증했다.

    노벨문학상은 정확한 후보자 없이 추측으로만 명단이 떠돌곤 했는데 10여 년 동안 매번 예상 후보로 손꼽히는 작가가 있는 반면, 갑작스레 급부상한 후보 작가도 있었다. 올해 역시 영국의 유명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는 유력 후보자 명단과 각각의 예상 순위를 공개했다. 

    이 순위에서 케냐의 응구기 와 티옹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캐나다의 마거릿 애트우드, 한국의 고은 등을 주목했다. 하지만 이번 수상으로 지난해 미국 포크가수 밥 딜런에 이어 또 한번 이변을 낳았다는 평이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해 켄트 대학과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수학한 후 런던에서 작품을 쓰고 있다. 1982년 '창백한 언덕 풍경'으로 데뷔해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이후 1986년 작품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는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수상했다. 1989년 발표한 세 번째 소설 '남아있는 나날'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現 맨부커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 '남아 있는 나날'은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따라가고 있다. 근대와 현대가 뒤섞이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지난 스티븐스의 과거도 들여다본다.

    스티븐스의 가족과 연인, 30여 년간 모셔온 옛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아버린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해 내밀하게 써내려간다.

    언론은 영국 귀족과 하인의 삶을 통해 이상 실현을 위한 규율이나 절제가 인생에 주는 의미를 섬세하게 고찰했다고 평했다. 이 작품은 1993년 제임스 아이버리 감독이 안소니 홉킨스, 엠마 톰슨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었다.

    2005년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외부와 접촉이 단절된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타임'지가 뽑은 100대 영문 소설에 뽑혔다. 이 작품도 2010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동명영화로 제작됐다. 

    이시구로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사회, 인간, 문명에 대해 개성 있는 문체로 풀어내며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인터파크도서, 영화 '남아있는 나날'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