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시절 협상키로 결정, MB들어서자 반대로 돌아서속도 조절하며 여론 살피는 모습
  • 청와대가 열흘 간의 연휴 이후 한미FTA 개정협상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정권에서 '불평등 협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입장이 뒤바뀌어서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8일 "현 단계는 개정협상이 시작된 것이 아니다"며 "공식개정 협상은 법적 절차 완료 이후 가능함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지난 4일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2차회의에서 한·미 간 FTA개정절차 추진에 합의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고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합의는 한미 양국이 FTA 개정 절차 추진에 합의한 수준"이라며 "우리 정부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 앞서 한미FTA 효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한미FTA 효과분석 검토결과를 미국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간 FTA 개정협상이 공식적인 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통상절차법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통상절차법에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비롯, 공청회와 국회 보고 등 여러 단계의 절차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벌써 한미FTA 개정협상에 들어간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의 발표는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순방 당시 현지의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한미FTA에 대해 "미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지만 한·미 FTA의 성과와 영향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함께 차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FTA 개정을 염두에 두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주시하며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말기인 지난 2006년 5월에 협상을 시작했지만, 현재 여권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조약의 내용이 불공정하다며 강도높게 비판해왔다. 때문에 FTA에 관해서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는 셈이다.

    야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원래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고 '이참에 한미FTA를 폐기하자'고 주장해야 맞을 것"이라며 "한미 FTA 개정협상이 결국 시작된 마당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 더불어민주당이 광화문으로 몰려가지 않는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 2011년 민주노동당 소속 김선동 의원은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렸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1호 공약으로 한미 FTA 폐기를 약속했다"며 "한미 FTA가 미국에 대한 '을사늑약', '불평등 협정'이라고 주장했던 자신들이 이제는 정권이 바뀌어 '잘된 협상'을 어떻게든 방어하는 위치에 섰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