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아랍어 블랙홀… 수능 수험생 71.4%가 선택

고교 아랍어 교육 확대·절대평가 시행해야 허수 막을 수 있어

정호영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0.11 17: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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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수능에서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한 수험생이 영역별 역대 최고치인 71.4%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다음달 16일 시행되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 전체 응시자 9만2,831명 가운데 아랍어를 선택한 수험생이 6만6,304명(71.4%)으로 집계됐다. 두 번째로 높은 일본어 응시자 7,971명(8.6%)에 비해 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평가원이 주관한 2004년 6월 모의고사에서 응시자가 1명이었던 아랍어는 그해 시행된 2005학년도 수능에서도 러시아어 응시자 423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인원인 531명이 시험을 치렀다.

당시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한 과목인 일본어는 5만2,682명으로, 아랍어 응시자와 약 100배 차이였다. 2005학년도 수능 아랍어 만점자 2명은 표준점수 100점을 얻었고 1등급 컷(4%)은 20점만 넘기면 충분했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랍어를 통해 비교적 쉽게 높은 등급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수험생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 수능 아랍어 응시자는 2006년 2,184명, 2007년 5,072명, 2008년 1만3,588명으로 매년 급속히 증가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수능 아랍어 지원자가 2016학년도 4만6,822명(51.6%), 2017학년도 6만5,153명(69%)으로 과반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정식으로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 전국 30여 개 외고에서는 울산외고가 유일하다. 2,300여 개 일반 고등학교까지 범위를 넓혀도 권선고·광덕고·동탄중앙고·저동고까지 총 5개 학교 뿐이다.

수능 아랍어 난이도가 타 외국어에 비해 쉽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몰린다는 지적도 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A교수는 "수능 아랍어 난이도에는 문제가 없다. 타 과목에 비해 허수 응시생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며 "아랍어 문제가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학생들은 더 몰린다"고 주장했다.

실제 아랍어가 도입된 2005학년도 수능 아랍어와 비교했을 때 최근 수능 아랍어는 본문 해석 비중이 높아지고 다소 복잡한 문법 문제가 출제되는 등 난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2016학년도 수능 아랍어 1등급 원점수는 23점(표준점수 66점)으로 첫 해 시험과 큰 차이가 없었다. 난이도와 관계없이 모든 문제를 찍는 학생들이 있다는 방증이다.

A교수는 "제2외국어를 특별히 잘하지 않거나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아랍어 이외의) 선택지가 없어 아랍어를 응시한다"며 "외국어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외국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의 같은 과에 진학할 경우 양질의 장학제도·맞춤형 프로그램 등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 수험생도 '시험용 아랍어'를 검토 중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5~2017학년도 전국 외고 재학생 수능 2외국어 영역 응시 현황'에 따르면, 전공과 다른 제2외국어를 응시한 학생이 24.7%였고 그 중 수능 아랍어를 응시한 학생이 87.4%에 달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중·고등학교가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A교수는 "고등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운 학생의 수가 늘어나 그들이 (실력으로) 높은 등급을 가져가게 된다면 요행을 바라는 허수 학생들이 몰릴 이유가 사라진다"며 "점진적으로 중·고등학교에 아랍어를 확대하는 것과 대입 제도의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랍어를 전공한 B교수 역시 이러한 쏠림 현상에 대해 "교육이란 것은 과정도 결과 못지 않게 중요한데 현행 수능 아랍어는 과정이 좋지 않다"며 "찍어서 일정 등급 획득이 가능하다는 게 문제고, 수능 아랍어 1등급 받았다고 어디가서 아랍어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B교수는 "(아랍어를 포함해) 제2외국어는 결국 절대평가로 가야 모든 과목의 허수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1등급(4%), 2등급(11%) 등 백분위 기준 일정 비율에 든 학생에게 등급을 부여하는 상대평가로는 수험생 아랍어 쏠림 현상에 제동 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절대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 중학교 3학년 학생이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대상이 된다.

김종도 명지대학교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는 외국어가 무기"라며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재 양성이 필수적이고, 올바른 제2외국어 교육 및 평가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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