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국당이 방황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출당, 바른정당 흡수, 당협위원장 사퇴, 당 혁신 등을 놓고 혼란과 갈등이 심합니다. 좌파세력이 나라를 망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1 야당은 제대로 싸우질 못합니다. 대선패배 후 반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합니다.보수집권세력이 정권을 잃은 것은 4무병(四無病) 때문입니다. 원칙·신의·결기·소통이 없는 겁니다. 이 병이 다시 도지고 있습니다. 4무병을 고쳐야 합니다. 이 병부터 고쳐야 좌파 정권과 강력하게 싸울 수 있습니다.

① 꼼수가 아니라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전직 대통령을 내쫓거나, 세를 불린다고 배신자 국회의원 몇 명 끌어드리는 건 모두 꼼수다. 국민은 더 이상 이런 꼼수에 속지 않는다. 한국당의 생명 줄은 자강(自强)이다. 보수 실패의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철저한 반성과 개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힘을 찾아서 좌파 아마추어 폭주 정권에 맞서는 것이다. 혁신해서 적과 싸우라고 했더니 거꾸로 동지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②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버릴 게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

출당은 윤리위 규정에 대한 위반이다. 22조 ②항에 따르면 기소된 당원을 출당하려면 재판 결과가 확정되어야 한다. 20조에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하였을 때’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극히 유해’를 어떻게 판단하나. 박 대통령은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당에 해를 끼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공도 많지 않은가. 그는 2004년 노무현 탄핵역풍 때 당을 구했다. 2012년엔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집권 전반부 당은 재·보궐 선거에서 19대 5로 압승을 거뒀다. 거기엔 박 대통령의 공도 크다. 그런 공은 지우고 잘못만으로 단죄하려는가.도의적으로도 출당은 옳지 않다. ‘배신자’를 다시 품으려면 ‘실패한 동지’도 껴안아야 한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닉슨과 클린턴을 쫓아내지 않았다. 한국당은 박근혜를 극복하면 된다. 그것은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철저히 개혁하는 것이다. (참고로 김진은 친박도, 비박도 아니다)

③ 출당과 징계는 홍준표 대표의 신뢰에 커다란 타격이다.

홍대표 자신은 불법자금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그런 대표가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을 쫓아내면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지난 대선 때 홍 후보는 출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다. 정치 이전에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 그 동영상을 방송에서 틀어대고 있다. 출당이 단행되면 방송은 이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다. “말 바꾸는 제1 야당 대표”라고 공격할 것이다. 대표가 조롱거리가 되면 당이 타격을 입는다.
​사리가 이럴진대 왜 무리수를 두나. 박 전 대통령의 당적에 관심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나. 박근혜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양탄자를 붉게 물들여 배신자 복당을 위한 레드 카펫을 만들려는 것인가.
서청원​과 최경환의원에 대한 징계도 신뢰가 춤을 추는 것이다. 그들의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해제한 사람이 누구인가. 홍대표 자신 아닌가. 그러고도 이를 다시 추진하는 건 자기부정이다. 그리고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어긋난다. 당의 대표는 일관성의 기둥이어야 한다.

④ 배신자는 감싸고 동지에게는 칼질하나

지난 대선 때 홍후보는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보수통합이라는 미명으로 이들을 끌어드리려 한다. 이들에게 당근도 내민다. “당협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정치적 관행”이라는 것이다. 현역의원인 이들이 다시 들어오면 원외 당협위원장을 밀어내고 쉽게 당협을 맡을 것이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이는 동지에 대한 배신이다. 탈당파가 자유한국당을 뛰쳐나간 후 많은 원외위원장들이 비어있는 당협을 맡았다. 그들은 대선 때 홍준표후보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반면 바른정당 세력은 ‘넘버 1 배신자’ 유승민후보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 자유한국당에게 누가 정의이고 누가 불의인가. 홍대표는 정의는 내치고 불의를 껴안으려는 건가. 이런 배도(背道)는 엄청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⑤ 정치적 관행에 대한 홍대표의 오산

홍대표는 “당협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중심이 되는 것이 정치적 관행”이라고 말한다. 이는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협위원장은 최종적으로 ‘당협운영위원회의 선출’이라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당원의 뜻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원들이 거부하는데 배신자가 현역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협위원장이 될 수 있나.

​정치적 관행을 쉽게 말하면 안 된다. 원외인 홍대표가 당대표를 맡는 것도 정치적 관행에 어울리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형사사건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인사가 대표를 맡아선 안 된다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관행이다.

⑥ 대법원은 홍대표 판결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제1 야당 대표에 대한 판결을 미루는 건 많은 오해를 부른다. 홍대표가 그렇지 않을 텐데도 그를 공격하는 이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제1 야당 대표가 대법판결을 의식해 제대로 정권과 싸우지 않는다.” 대법원은 정말 제1 야당 대표의 코를 꿰려는가. 판결을 미루는 이유가 뭔가.

⑦ ‘합쳐야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은 틀렸다.

한국 선거에서 야권연대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10년 지방선거였다. 이때는 후보단일화가 처음이라 약효가 있었다. 김두관·이광재·안희정 지사가 단일화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단일화는 퇴색했다. 다수 국민이 ‘선거용 꼼수’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광범위한 선거연대를 맺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승리했다. 이명박 정권 말기 여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야권연대가 실패한 것이다.

-2014년 7·30 보궐선거에서 야권은 3군데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과는 1대 2 패배였다. 손학규·노회찬 같은 중량급 단일후보도 졌다.

​-단일화에 매달리지 않고 결기를 보인 경우 오히려 야권은 승리했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문재인의 민주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그러했다.  

⑧ 배신자 바른정당 세력은 자숙해야 한다.

바른정당 세력은 자신들을 키워준 친정을 버린 배신자들이다. 친정이 가장 어려울 때 그런 행동을 했다. 당대당 통합이든, 일부의 입당이든, 그들이 복당하려면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들어와서는 자숙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당원들의 뜻을 무시하고 당협위원장 같은 책임 있는 자리를 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2020년 총선 공천에서 심판을 받을 때까지 자숙해야 한다. 그것이 당의 분란을 막고 정의를 세우는 길이다.

⑨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는 코미디 같은 편법이다.

당 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이 방안은 논리도, 근거도, 실효도 없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데 이는 앞뒤를 모르는 것이다. 당협위원장들은 대선 때 현장에서 싸운 사단장들이다. 중앙의 합동참모본부가 잘못하여 전쟁에서 패했는데 왜 사단장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나. 책임의 논리라면 대표와 최고위원들부터 사퇴해야 할 것이다. 이런 어설픈 방안은 배신자의 복당을 위한 것 아닌가. 도대체 동지는 버리고 배신자는 감싸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출처]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외칩니다
http://blog.naver.com/interjin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