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로 잘 알려진 화제작 두 편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와 '라빠르트망(L'appartment, 아파트)'이 각각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LG아트센터에서 18일부터 11월 5일까지 공연한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유리동물원',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의 작가로 유명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이다. 섬세하고 예리한 사실주의적 묘사로 인간 소외와 현대인의 황량한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1955년 당시 800회 공연기록 달성과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1959년 리처드 브룩스 감독,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당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로 묘사되는 극중 인물 마가렛의 강렬한 이미지는 이후로도 이 작품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이야기는 65세를 맞이한 아버지 빅대디의 생일날 모두 모인 한 가족의 욕망이 한 데 뒤엉킨 어느 여름밤을 배경으로 펼져진다. 미국 남부의 귀족 가문에 태어난 매기는 한때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인 브릭과 결혼하지만 지금은 알콜중독에 빠진 남편과의 불행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브릭은 거대한 농원의 지주인 아버지의 암 선고로 형과 재산 상속 문제로 암투를 벌이게 된다. 재산 상속 다툼과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매기에 대한 사랑의 갈등이 이중적 구조로 겹쳐 브릭은 점점 모든 면에서 비뚤어진다.

  • 이번 공연은 '잘자요 엄마', '블랙버드',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 등의 작품을 통해 2인극 연출의 1인자로 인정받는 문삼화 연출이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배우 이호재(빅대디 役), 이승주(브릭 役), 우정원(마가렛 役) 등이 출연한다.

    문 연출은 "작가가 처음 내놓은 초고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다른 버전의 대본을 섞었다. 극에서 '모두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있는 고양이. 모두가'라는 마가렛의 대사가 나온다. 모든 등장인물이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안달복달하는 고양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극 '라빠르트망'은 프랑스 감독 질 미무니가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 '라빠트망'(1996)이 원작이다. 리자(모니카 벨루치)와 막스(뱅상 카셀), 앨리스(로만느 보링거) 등이 등장해 세 남녀의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독보적인 스토리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1998년 제 5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영화에 출연했던 벵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1999년 결혼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영화를 연극으로 옮긴 인물은 고선웅 연출가이다. 고 연출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2015년 동아연극상 대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을 받았다. 그는 영화 속 미스터리한 사랑 이야기에 매료돼 반드시 무대 위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고, 수소문 끝에 원작자 겸 감독인 질 미무니를 만나 무대화를 위한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고 연출은 "연극 '라빠르트망'은 내가 사랑할 때,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의 이야기"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어긋나는 이 시대의 복잡한 사랑의 의미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 되짚어 보고 싶었다"라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무엇보다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연극 데뷔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지호는 사랑에 대한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한 주인공 '막스' 역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김주원은 '막스'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여인 '리자'를 연기한다. 각 인물의 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알리스' 역은 연기파 배우 김소진이 맡는다.

    오지호는 "사랑의 본질을 표현하는 좋은 멜로를 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이전에는 눈빛으로 대중과 소통했다면 이번엔 온몸으로 내 감정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려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제약 없이, 더 자유롭게 관객과 만날 수 있어 배우로서는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