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술핵 재배치 설득하려면? 정치인 洪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예상보다 일정이 화려하다. 어쩐지 불안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방미 일정에 대한 이야기다.

    홍 대표는 23일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미국 보수의 차기 지도자로 불리는 폴 라이언(Paul Ryan) 미(美) 하원의장을 비롯해 미국 군사전문가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 등 미국의 유력한 조야 인사들이 홍 대표와의 만남을 흔쾌히 수락했다. 기대감이 모인다.

    반면 현역 장관급 인사와의 만남이 없는 것도 사실이기에 그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물음표도 붙는다. 국내 정치 지형에서 더 내려갈 곳도 없던 보수 정당을 정상궤도에 안착시킨 그의 영향력이 확인된 상황이기에 이번 방미 결과물이 더 궁금하다. 

    민주당은 홍 대표의 방미에 대해 정쟁외교니 몽니외교니 하며 혹평을 쏟아냈다. 정치인 홍준표가 살기 위해 선택한 방미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정치용 '쇼'가 아니냐고 조롱한 셈이다. 

    홍준표는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공멸 위기에 처했지만, 온통 ‘적폐청산’에 발이 묶여버린 여당에 보여줘야 한다. 

    이 정부의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한미동맹이 깨져도 전쟁은 안 된다’며, 67년이라는 견고한 동맹 관계를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탓에 밤잠을 설치는 보수층을 위해서라도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 

    먼저 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의 심지를 굳혀야 한다. 국내 정치용 출국이 아니라면, 홍준표 그 자신이 철저히 죽어야 한다. 국내 정치인 홍준표의 야심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홍 대표 스스로 "나는 차기를 노리는 중천에 솟는 해 보다는 내 나라를 지키는 아름다운 석양이 되고자 한다"고 말한 적이 있음을 잊지 않길. 

    특히 어느 때보다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새 지도자는 그동안 헐값으로 한국을 지켜준 만큼 이제는 제값을 내라며 새로운 한미동맹 상황을 예고했고, 미국 본토가 북한 사정권 안에 들어가며 미북 직접 대화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핵확산 억제정책을 한국을 위해 단숨에 변경할 리도 만무하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까지 홍 대표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전략에 빈틈이 보인다. 그는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정부와 미국 정부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국민과 미국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한미 FTA가 한미 경제동맹이라면 전술핵 재배치로 한미 핵 동맹을 맺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미국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민에 책임을 호소하는 게 얼마나 극적인 효과를 얻게 될지 미지수다. 세계 경찰관 노릇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호소하는 멘트 치고는 구시대적이다.

    미국 조야가 그의 애국 충정에 감복해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대화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시나리오만큼이나 가망성이 없다. 

    미국 지도자들의 구미를 당길 묘수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여준 독고다이, 외길 인생의 홍준표식 화법이 아닌 외교 무대에서 사용할 새로운 언어와 화법이 필요한 순간이다.

    홍 대표가 상대해야 하는 인물은 미국 내 외교·안보 통이자, 차근차근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치 구단들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 중 대부분이 전술핵에 부정적인 인물들이다.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썼던 '전술핵이 안 된다면 그다음은 자체 핵무장'이라는 강력한 구호로는 불가하다. 

    홍 대표가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할 때 미국 조야가 물어올 것은 뻔하다. 우리가 전술핵을 준다면 홍준표 당신은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가. 

    한국당이 거대 야당이긴 하나, 집권 여당도 아닌 야당 대표가 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기에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는 보수층 국민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표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한미동맹이 깨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며 늘 미국과 소위 밀당(?)을 하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확인하기 위해 거대야당의 대표가 먼 미국까지 찾아온 것 자체가 미 의회에는 강력한 신뢰의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국가 지도자 간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미국 조야와 놓은 신뢰의 초석이 훗날 그를 한밤중 뜬 달님을 가게 한 아침 해가 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