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젊은 소리꾼, 3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올라
  • 창극, 뮤지컬,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소리꾼 이자람(38)이 3년 만에 '송화'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자람은 창작뮤지컬 '서편제'에서 2010년 초연 이래 2012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 시즌까지 주인공 '송화' 역을 맡아 묵묵히 중심을 지키며 '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자람은 "뮤지컬 '서편제'는 평소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노는 울타리 너머의 다른 시간이에요. 이지나 연출이 4연을 준비하는데 다시 하겠냐고 물었을 때 얼마든지 하겠다고 대답했죠. 늘 삶을 환기시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뮤지컬'서편제'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어린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아버지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이별과 만남을 통해 예술가로서 각자의 길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돼 개봉 당시 한국영화 사상 최초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 뮤지컬은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조광화, 작곡가 윤일상이 참여하고 이자람, 차지연 등 실력있는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4연은 '동호'의 이야기가 잘 정리됐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어요. 유봉, 송화, 동호 3명의 캐릭터가 찰랑찰랑 하면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저도 '서편제'라는 작품의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뿌듯해요."

    의붓아버지 유봉을 따라 소리를 팔며 생계를 이어가다 유봉의 집착으로 평생 앞을 못 보는 송화. 이자람은 국내 대표 젊은 소리꾼으로 극중 '송화'와의 싱크로율을 100% 자랑할 만큼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4연을 거치면서 그녀는 송화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삼연까지 송화와 절대 닮지 않았고, 닮고 싶지도 않았죠. 이전에는 한(恨)이 쌓여 노래를 찾는 송화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소리꾼이라서가 아니라 삶을 버텨낸 한 사람으로서 저와 비슷했어요. 송화는 버티는 삶의 축약본 같아요. 그런 송화가 고맙더라고요."

    "송화는 개인적으로 답답한 순간이 많은 친구에요. 큰 재능을 갖고 태어났고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죠. 제가 생각한 송화는 아버지 때문에 눈이 멀지 않았어도 마지막에는 '심청가'를 완창할 수 있었을 거에요. 송화를 못 믿고 눈을 멀게 한 것은 아버지의 어리석음이죠."

  • 이자람은 중요무형문화재제5호 판소리 '동초제 춘향가'·'동편제 적벽가' 이수자로, 만 19세에 최연소로 '춘향가'를 완창했다. 전통판소리의 미덕을 지키면서도 '사천가',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등 창작판소리 작품으로 우리의 소리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모던 판소리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사천가'는 2011년 3월 프랑스 리옹 민중극장 초청공연을 통해 유럽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파리시립극장, 아비뇽 국제연극제에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듬해 리옹에서 공연된 '억척가'는 전석 매진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1살 때 판소리를 시작해 26년간 멈추지 않고 소리를 해왔는데,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동안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요. 오래 쉬다 보니 목이 불편한 남이 돼 있더라고요. 다행히 '서편제' 연습을 진행하면서 차츰 돌아왔어요."

    "노래가 나오지 않는 '음악적 죽음', 창작 욕구가 없어지는 '철학적 죽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정치적 죽음' 중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음악적 죽음을 택했어요. 더 이상 가을 바람이 반갑지 않거나 봄 바람이 설레지 않는다면 생이 흑백이 되는 순간일 거에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이자람은 소리꾼, 밴드보컬, 작·작창가, 공연예술가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의 소리를 친근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다. 그녀는 '서편제'가 끝나면 밴드 음악, 판소리 공연, 연극 등 일정이 빼곡하다. 특히 내년 2월에는 국립극장의 '新 창극 시리즈'로 창극 연출에 처음 도전한다.

    "송화처럼 예술적으로 완성된 장인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비록 빵 한 조각일지라도 삶이 즐거워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야망은 없어도 욕망만 꺼지지 않으면 괜찮아요."

    뮤지컬 '서편제'는 이자람·차지연·이소연(송화 役), 강필석·김재범·박영수(동호 役), 이정열·서범석(유봉 役) 등이 출연하며, 1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사진=뉴데일리 DB,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