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 장관들을 바보로 아는가… 초등생도 안 속을 '갈팡질팡'
  • 문재인 대통령과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과 문미옥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뉴시스 사진DB

    청와대가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세계원전장관회의에 특사로 파견하기로 한 것을 두고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최로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세계원전장관회의에 문미옥 보좌관을 특사로 파견한다.

    문미옥 보좌관은 이 회의에 참석한 세계 주요국 장관급 인사들을 상대로 UAE로부터 수주해 우리나라가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 공사 현장 시찰을 이끌고,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알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세계인이 비웃을 앞뒤가 안 맞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 이른바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 재개를 결정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서면으로 낸 입장문에서 "탈(脫)원전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재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도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해외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정부도 탈원전할 수밖에 없도록 '대못질'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원래 2022년 11월에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1호기의 폐쇄시점을 자신의 임기 중으로 앞당겨 억지로 문을 닫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누가 봐도 명분없는 '대못질'인데 "원전 해체 기술을 수출하겠다"고 한 것은 월성 1호기 폐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끌어들인 궁색한 주장이라는 비판이다.

    원전 해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시장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최근 치러졌던 일본 총선은 탈원전을 내걸었던 희망의당이 원전 재가동을 내세운 자민당에 완패하는 결과로 끝났다. 세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식의 '탈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나라는 없다. 그런 나라가 없으니 당연히 시장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석유 자원 부국(富國)인 UAE가 원전을 짓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으려는 참이다. 앞바다 북해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져 '북해산 브렌트유'를 세계 원유 가격의 표준으로 만든 영국도 원전을 짓는다는 판이다.

    애초부터 자원 빈국(貧國)인 우리나라가 탈원전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해괴한 일인데, 이런 나라를 가엽게 여겨 원전 해체 시장을 일부러 만들어줄 나라가 있을 리 없다.

    탈원전 정책을 '대못질'하고 "원전 해체 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청와대 보좌관을 세계회의에 파견해 우리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설명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외국에서도 장관급 자리에 오를 정도면 바보일 리는 없다. 당장 그들은 "그렇게 안전하고 우수하다면서 왜 당신네 나라에서는 그 좋은 원전을 못 없애 안달이냐"고 물으려 들 것이다.

    맹목적으로 따르는 일부 지지층은 속여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를 상대로는 초등학생도 못 속여넘길 유치한 '갈팡질팡'의 행보가 애처롭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마음에도 없는 행보는 그만 두고, 잘못을 깨끗이 시인한 뒤 탈원전 추진을 공식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