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보다 극진한 대우 약속했지만 반쪽짜리 행사 전망…文대통령, 親노동계 이미지에 타격 될 듯
  •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노동계와 대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며 '반쪽짜리' 대화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노동계와 대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며 '반쪽짜리' 대화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3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노동계를 청와대 접견실로 불러 대화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키로 하면서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와 대화와는 달리 '해외 정상급' 예우까지 약속하며 정성을 들였음에도 결국 반쪽짜리 대화에 그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불참한다고 해도) 행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청와대는 오늘도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상황을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 대표단 만찬에 앞서 1부 순서로 민주노총·한국노총 지도부와 환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본관 접견실은 정상급 외빈 접견에 사용되는 장소"라며 "청와대는 민주노총 등 노조 지도부를 해외 정상급으로 잘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의 이날 만찬 계획은 지난 재계와 만찬의 연장선으로, 재계보다 노동계를 높이 대우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27일, 재계 총수들과 상춘재 앞뜰에서 만났다. 상춘재는 외빈 접견이나 비공식 회의를 위한 장소로, 여야 대표회동이 이뤄지기도 한 곳이다. '정상급 외빈 접견'이나 '해외 정상급'에는 못미친다.

    청와대는 또 이날 티타임에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차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차는 해외 정상에게 선물로 증정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일반 시판은 되지 않는 물건이다. 만찬주 역시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담 당시 공식 활용됐던 고창 지역의 선운 복분자주로 정해졌다. 재계와의 만남 당시 중소기업과의 상생 차원에서 중소기업이 만든 맥주를 마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로서는 노동계 예우 차원에서 정상급 외빈 접견에 사용되는 장소를 선정했다는 설명이지만, 이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지나친 환심사기성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곧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 및 행사에 불참키로 했다. 16개 산별노조 대표단 모두를 만찬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민주노총은 오늘 대통령과의 간담회와 행사에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며 "민주노총을 존중하지 않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노정관계의 복원이라는 대의에 입각해 1부 대표자 간담회 참여를 결정했지만, 청와대는 주객을 전도해 1부의 진정성있는 간담회보다 2부의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만찬행사를 앞세우는 행보를 하며 사단을 불러 일으켰다"며 "청와대는 민주노총 소속 일부 산별 및 사업장을 개별접촉해 만찬 참여를 조직했고, 이 과정에서 마치 민주노총의 양해가 있었던 것인 양 왜곡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극진한 예우를 약속했음에도 노동계와 반쪽짜리 행사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재계보다 매끄럽지 못한 대화가 진행되면서 노동계 친화적인 정부라는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행사에 정부측에서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 문성현 노사정위위원회 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 수석,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