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하는 음유하는 시인 고(故) 김광석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이 삼연으로 새롭게 돌아온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김광석이 솔로로 활동하기 전 소속돼 있던 그룹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1988년 멤버들의 첫 만남부터 국내 최고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1996년 33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광석은 1980년대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가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노래모임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전향했다. 그가 남긴 명곡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자신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고 김광석의 죽음에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용의자로 아내 서해순 씨를 지목했다. 더욱이 고인의 외동딸 서연 양이 2007년 12월 이미 사망했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서연 양의 생모이자 김광석의 부인인 서씨를 소환해 현재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경호 더그룹 대표는 24일 오후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동물원의 이야기와 음악을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극중 실제 동물원 밴드 멤버 이름 창기·기영·준열·경찬은 사용하지만 퍼블리시티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김광석의 이름은 '그 친구'로 지칭했다. 단순한 이슈를 위해 의도하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고 밝혔다.

    작품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동물원의 멤버 박기영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디테일한 감성을 녹여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시즌에서는 메인 넘버 외에도 관객들에게 라이브의 생생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8090년대를 풍미했던 다양한 커튼 곡 리스트를 새롭게 구성했다.

    박기영 음악감독은 "음악 외적인 이슈들로 (김)광석이 형 노래나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타깝지만 어떤 곡들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형이 만든 노래는 사용하지도 듣지도 부르지도 말자는 움직임도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현재 김광석이 작사·작곡한 노래의 저작권은 서해순 씨에게 있다. 초연 때부터 서 씨에게 저작권이 있는 노래는 일부러 뺐다. 사실 광석이 형 사후에 어떤 문제로든 서 씨랑 얼굴을 대하거나 말을 섞는 것을 반길말한 친구들은 없다. 서 씨에게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싫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은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사랑했지만', '변해가네', '거리에서', '잊혀지는 것',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등 김광석과 동물원의 명곡들을 출연 배우들이 100% 라이브로 노래와 연주를 선보인다. 

  • '그 친구' 역에는 홍경민·최승열·조복래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창기' 역은 유리상자 이세준과 윤희석·임진웅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드럼 '경찬' 역에 병헌·최신권, 베이스 '준열' 역 유제윤·최성욱, 건반 '기역'은 방재호·류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세준은 "작년에 관객의 입장에서 봤다. 일단 배우들이 실존인물들보다 더 잘 생겼다. '그 친구'를 제외한 극중 인물들은 이름과 포지션과 같을 뿐 차이가 많다. 페어마다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최소 3번 이상을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조복래는 "알고 있는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대본을 중심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연기적인 부분에 저를 많이 녹여내고, 젊음에 초점을 맞췄다"며 "김광석에 대한 팬심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악기를 현란하게 다루지 못해서 부담이 되지만 동료 배우들이 도와줘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시즌에 이어 '그 친구' 역을 맡은 홍경민은 "동물원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것이 첨가되고 포장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전해주는 풋풋함과 순수함이 있다. 그런 음악 안에서 화려함과 거대한 스케일이 아닌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향수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극은 정신과 의사가 된 동물의 멤버 김창기가 김광석의 기일을 맞아 옛날 연습실을 찾으면서 모두가 함께 했던 그날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이에 박경찬 연출은 "지난 시즌이 '그리움'이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까운 지인을 떠나보낸 허탈감과 상실감을 어떻게 이겨내야하고 기억해줘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은 11월 7일부터 2018년 1월 7일까지 양재동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관람료 6만6천~9만9천원. 문의 1577-3363.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