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추천권 일방적 해석으로 보궐이사 선임 가결… 한국당 "국감 일정 보이콧"
  •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 소속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들이 26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당 소속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들이 26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 강행 움직임에 자유한국당이 항의 방문을 벌였다.

    하지만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전례를 들며 일방적 해석을 밀어붙이고 있어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 방통위원장은 특히 방문진 이사 선임과 관련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감사 보이콧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특위 소속 의원들이 2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2명의 추천권이 한국당에게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통위가 오늘 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를 선정한다면 이는 외압에 의한 날치기"라며 "공영방송 장악 실행 시도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방통위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언론 노조원들이 (유의선·김원배 방문진 이사가 다니는) 교회를 찾아가고 가족까지 위협해 사의를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효성 위원장은 방문진 보궐 이사의 추천권이 현 여당에게 있다며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 여당 추천 몫은 바뀐 여당에서 하고, 야당 추천 몫은 바뀐 야당에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 그렇게 한 전례가 있으니 그 전례를 따르겠다"는 게 이 위원장 입장이다.

    아울러 "MBC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선출하기 때문에 방통위는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방통위가)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며 기존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누구로 부터 압력을 받았냐'는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위원장은 압박의 주체가 '여론'이라고 해명했다.

    정태옥 의원은 "일반 시민들이 문자 몇 번 보낸다고 압력을 느끼겠는가"라며 "청와대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위원장은 또 "위원회가 (회의를 미루고) 숙고하겠다고 하자 고영주 이사장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우리의 뜻을 잘못 읽고 있다고 느껴 원래대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방통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방문진 이사 후임을 선임할 예정이었는데, 회의가 미뤄지면서 고영주 이사장 측이 임기 보장으로 오해해 회의를 다시 열었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원래) 쫓아내려 했는데, 고영주 이사장이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이자 다시 강행하려 한다는 건가"라며 몰아붙였다. 

    이 위원장의 실언이 잇따르자 김 의원은 "이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문건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한다는 추론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실무진이 작성한 '공영방송장악 문건'에는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사장과 이사진을 적폐로 규정하고, 이들의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면담 도중에는 이 위원장과 한국당 의원들 간의 고성도 여러번 오갔다.

    정 원내대표가 "이 위원장이 (정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자, 위원장은 "(듣기) 거북하다"고 맞대응했다. 그러자 정 원내대표는 "뭐가 거북하다는 것이냐"며 큰 소리를 냈다. 

    방통위와 위원 간 대치 상황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당 의원들은 전체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방통위는 내부 회의를 거쳐 "제1야당의 청원은 그 자체로 부당한 간섭이며 나쁜 선례 남길 수 있다"고 거부했다.

    이후 방통위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50여분 만에 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안건을 가결했다.

    선임된 이사는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다. 이에 따라 총 9명으로 꾸려진 방문진 이사진은 현 여당 추천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통과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예고한대로 국회 의사일정 중단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긴급 의총을 열고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