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숙 중 폭발로 화상 입어, 항소심 “원심 위자료의 3배 지급” ‘위자료’에 인색한 우리 법원, 배상금액 현실화 가능성 보여줘
  • ▲ 서울중앙지법 현관.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현관.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산정기준이 명확한 물질적 손해배상과 달리, 상대적으로 ‘위자료’를 인정하는데 인색한 우리법원의 관행을 뒤엎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8민사부(김지영 부장판사)는 이달 13일, 호텔 숙박 중 헤어드라이어 폭발로 화상을 입은 이모(여)씨가 호텔체인 본사를 상대로 낸 손배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치료비 및 위자료로 3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 이모씨의 위자료로 300만원, 이씨의 남편과 아들 위자료로 각각 30만원, 치료비로 20여만원을 인정했다. 이 사건 원심은 피고 측이 원고에게 제시한 합의금액보다도 적은 100만원만을 위자료로 산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물론 그 배우자 및 아들의 위자료까지 인정했다.

    원고 이모씨는 2014년 10월 8일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부산 해운대 호텔에 숙박했다가, 객실에 비치된 헤어드라이어가 폭발하는 사고로 표재성 2도 화상을 입었다. 출장 중이었던 이씨는 직접 비닐장갑을 구해 샤워를 하는 등 불편을 겪었으며, 이후 가전제품 사용에 공포감을 갖게 됐다. 반면 호텔 측은 사고 후 피해자인 이씨에게 어떤 배려도 하지 않았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피고는 최초 20만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다가, 이씨가 변호인을 선임하자 뒤늦게 100만원을 배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는 피고 법인의 본사가 일본기업이란 사실을 알고, 적절한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서를 팩스를 이용, 수 차례에 걸쳐 전송했다. 그러자 피고 법인은 배상금 액수를 250만원까지 높였다.

    그러나 원고는 유사한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피고 측의 합의요구를 거부하고, 지난해 1월6일, 소송을 냈다.

    이 사건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Next Law 박진식 변호사는 “우리 법원의 손해배상액수는 지나치게 작다. 드라이어가 머리 바로 옆에서 폭발해 실질적 위험을 겪었고, 수개월간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심한 공포감을 느꼈음에도 1심 법원이 선고한 위자료 액수는 피고 측 제시액보다 적은 100만원이었다”며, “우리 법원의 ‘위자료 감수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의 위자료보다 3배 많은 금액을 선고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식 변호사는 “앞으로도 소액 소비자의 피해, 을의 피해를 구제하는데 앞장서, 갑의 횡포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법원도 국가경제 수준에 맞게 위자료 액수를 시급히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