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홍준표의 訪美 중 '정책비판', 논란될 일 아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료사진은 지난 5월 대선선거운동 기간 중 대선후보로서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료사진은 지난 5월 대선선거운동 기간 중 대선후보로서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미국 방문 중에 문재인정권이 들어선 이후 추진된 여러 정책들을 '친북좌파적'이라 비판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외국에 가서 우리 정부의 흠을 들추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병신(丙申)년 매국(賣國)방중단'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더불어민주당 김영호·김병욱·소병훈·손혜원·신동근·박정 의원과 다를 게 없는 '내로남불'이라는 매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안보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공동운명체인 동맹국에 가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여론과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그 사실성의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현 정권에 들어선 이래 추진된 △사드 배치 반대 △800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 △전시작전권 탈취 시도 등의 정책이 친북좌파(親北左派)적이라고 우려하는 일단의 여론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 소설가 한강, 이른바 '방탄청년단' 등의 편향된 생각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좌경화를 우려하고 동맹국과 진지하게 협력하고자 하는 여론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중요한 지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른바 '방탄청년단'의 행태와 트럼프 국빈방한 중 동선을 따라다니며 시위하겠다는 세력의 존재가 미국에 알려지자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손을 떼자"는 반한(反韓)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현 정권의 정책을 '친북좌파적'이라고 비판한 것은 동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금의 저해 요소도 없는 반면, 이런 행태들이야말로 동맹 관계를 파탄내고 안보를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는 요소다.

    주적(主敵)과 혈맹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에 가서 우리의 안보를 결정적으로 해할 수 있는 주장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행태를 벌인 것과는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귀를 의심했다"는 둥 심지어 "수사 대상"이라는 둥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1979년 9월,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유신 체제를 정면 비판했다.

    '아픈 구석'이 외신에 의해 들춰지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노발대발했고 '제왕적 대통령'의 격노를 감지한 공화당과 유신정우회 의원들은 벌떼처럼 일어나 YS를 상대로 맹비난을 가했다. 마치 지금의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유력 의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당시 공화당 의원이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 유정회 의원이던 이종찬 전 육군참모총장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함부로 국회에서 제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하면 각하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만류했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YS는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직을 제명당했고, 그 22일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명에 갔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의 홍준표 대표를 향한 공세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역사적 선례다.

    헌법에 규정된 정당의 자유(제8조)와 표현의 자유(제21조)에 비춰보더라도 홍준표 대표의 행동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와 1대1 여야 영수회담을 하면서 여러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자서전
    ▲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5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와 1대1 여야 영수회담을 하면서 여러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자서전

    물론 홍준표 대표도 국내에서 건강한 비판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가 보장돼 있었다면, 굳이 미국까지 건너가 우리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다시 YS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JP가 한편으로는 펄펄 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YS를 만나 "굳이 미국 언론까지 만나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고 힐난하자, YS는 "국내 언론에 말하면 보도도 되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으니 그럴 도리밖에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문제의 지점은 여기에 있다.

    지금 집권세력은 친문(친문재인) '홍위병' 매체들을 전면에 포진하는 한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날치기' 선임을 통해 방송까지 장악하려 들면서 제1야당 대표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창구를 막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야당대표와 진정성 있게 소통하려 하지도 않고 있다.

    그 서슬 퍼렇던 유신 체제 하의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5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1대1로 만나 툭 터놓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 때 배석자는 김정렴 비서실장밖에 없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신 헌법을 개정하라"며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는 민주주의를 하자"고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문득 창가로 시선을 옮기더니 "집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다"며 "집사람도 없는 청와대 넓은 뜰이 쓸쓸한 산중의 절간 같은데 나도 이런 곳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선제와 민주화는 내가 꼭 하겠지만, 그러자면 주변의 '똥파리'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김영삼 총재에게 약속한 것은 그 때까지 사나이 대 사나이의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단 둘이 만났기에 이와 같은 진솔한 제안과 당부가 오고갈 수 있었던 것이다. 정당 대표들과의 만남을 무슨 맹목적 지지자의 '셀카 요청'에 응하듯이 '보여주기식 포토타임 행사'로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1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당 대표들과의 만남은) 보여주기식 정치쇼가 돼서는 안 된다"며 "나만 독대하라는 게 아니라, 다른 당대표들도 1대1로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요구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집권 민주당은 홍준표 대표를 향한 터무니없는 비난을 멈추고, 문재인 대통령은 홍준표 대표가 제안한 '1대1 릴레이 영수회담'에 응해, 홍준표 대표 뿐만 아니라 안철수·주호영 대표와도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