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방통위 '공조(共助)'... 제1야당, 저항했지만 끝내 제재 못해
  • ▲ 31일 국회 과방위 종합감사가 논란 끝에 마무리됐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31일 국회 과방위 종합감사가 논란 끝에 마무리됐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우파 경영진 퇴출을 목표로 한 관제데모'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공영방송 파업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최근 2주 간 열린 국정감사에서 회의장은 연일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비난으로 가득찼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모욕 발언' 논란을 놓고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신경전이 펼쳐지며 회의가 정회되는 등 방송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닌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구도의 난타전이 펼쳐진 31일 종합 국정감사가 특히 이슈였다.

    국감 시작과 동시에 신경민 의원 등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화해모드를 끌어내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박대출 의원은 "한국당이 보이콧으로 불참했던 27일 국감 당시 민주당 의원들과 고영주 이사장 사이에서 격한 발언이 오간 것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신경민 의원을 향해 당부했다.

    그러나 신경민 의원은 단호히 거절하며 "내가 실수한 게 있다면 고영주 이사장을 사람으로 착각했던 것이며 고 이사장은 10년 간 방송을 추행하고 강간했던 강간범"이라는 극언을 내던졌다.

    신경민 의원이 끝내 고압적인 자세를 굽히지 않자 한국당 측은 한숨을 내쉬으며 긴급 정회를 요청했다. 또한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논의한 후 신경민 의원의 극언 문제를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편향성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9월 4일 민노총 산하 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KBS 본부는 "방송사 경영진 퇴진"을 외치며 일괄 파업에 돌입했고 모든 방송 제작은 중단됐다.

    이후 구 여권(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공영방송 이사들은 언론노조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공영방송 이사들이 재직 중인 직장으로 찾아와 농성을 벌이고 다니는 교회를 찾아 압박을 가하는 등의 형식이다. 압력을 견디지 못한 우파성향의 이사들은 '자진사퇴'라는 명목으로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향해 자진사퇴 요구가 줄을 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사회 '구도' 때문이다. 방송사 경영진에 대한 임명권 및 해임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에서 좌파진영의 수가 우위를 점해야만 현 방송사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유의선·김원배 전 방문진 이사가 사퇴한 후 방통위는 곧바로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들을 방문진 보궐이사에 선임했다. 직후 좌파성향 일색이 된 방문진은 '고영주 이사장 해임안', '김장겸 사장 해임안' 등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발 '방송장악 문건'이 터져나왔을 당시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이 아니냐"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으나 여권과 방통위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해당 문건은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든 지침서로 방송사 사장의 퇴진과 구(舊) 여권 측 이사들의 퇴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노조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방송계와 정치권에서는 "문건대로 방송장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했으나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법제처 유권해석에 따르면 방통위에 방송 이사회 감독권이 있다"며 MBC·KBS 경영진을 겨냥하는 발언을 견지해왔다.

    이처럼 방통위가 노골적으로 여당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이자, 방통위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석진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방송사태에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섣부른 개입을 만류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성 위원장은 방송파업 심화를 이유로 "방송 사태가 심각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민주당의 주문에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방송사 평이사들의 해임 권한 역시 방통위가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방통위의 편파행보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성명과 규탄에 이어 직접 항의 방문까지 나서는 등 "노골적인 정권의 방송장악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당은 국회에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의당 협조가 없는 한 이효성 방통위원장 해임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