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말말말] 주호영 "더 묻지는 말아달라.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
  • 바른정당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된 '마라톤 의원총회'에도 불구하고 분당(分黨) 수순을 맞이하게 됐다.

    바른정당은 5일 저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당초 당내 통합파와 자강파가 각자의 결심을 굳힌 가운데 결별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마지막까지 분당을 저지해보려는 호소가 의외로 설득력을 얻으면서 의총은 4시간 가까이 길어졌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황영철 의원이 회의 도중 취재진과 만나 "사실 우리(통합파)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회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탈당할) 마음을 먹고 왔는데 '당을 깨지 말고 끝까지 가자'는 의견을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의원들이 많더라"며 "이 때문에 우리도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의총'이 끝난 뒤, 남은 결론은 결별과 분당(分黨)이었다.

    의총을 마치고 나선 의원들은 저마다의 표현으로 아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나타냈다. 이제 판단은 국민의 몫으로 넘어갔다. 이하에서 의총에 참석했던 의원들의 말을 가감없이 전한다.

  • ▲ 바른정당 의원들이 5일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바른정당 의원들이 5일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유승민 의원

    ▶결론은 서로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전당대회는 13일에 그대로 하기로 했다.

    - 탈당하는 분들은 탈당하는가.
    ▶몇 분이 (탈당을) 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될 것 같다.

    - 이렇게 된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생각하더니) 글쎄, 탈당 이야기가 시작이 됐으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결국 당을 지키겠다는 생각과 자유한국당과 합치겠다는 생각, 그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께 판단을 맡길 수밖에 없다. 나는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니까, 바른정당이 국민들께 약속했던 그길로 계속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운천 의원

    ▶(참담한 표정으로) 나는 하지 않겠다. 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

    - 그래도 당을 지키기 위해 설득과 노력을 많이 하지 않았나.
    ▶지켜보려고 많이 애를 썼는데, 그게 무망하게 됐다.

    -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이 뭐라고 보는가.
    ▶생각의 차이다. 빨리 저쪽과 보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쪽과, 아닌 쪽에서는 제대로 원칙 있는 통합을 해야지,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차이다.

    - 어떤 입장에서 설득을 했나.
    ▶나는 절대 (당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말했다. 바른정당이 어떻게 창당을 했는데 깨져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서로 의견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는데, 도저히 서로 다른 의견을 봉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당대회를 한 달 정도 연기하는 것으로 많은 분들의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것은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다 동의해야 가능한 것이 아니냐. 후보자들이 다 동의를 하지 않아서 그대로… (허탈한 표정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험지(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된 입장에서 만감이 교차할텐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전당대회를 계속 하니까 추이를 봐야 한다. 나야 사즉생으로 맨땅에서 당선됐는데 그보다 (지금 상황이) 더 어렵지는 않지 않느냐. 국민만 바라보고 뚜벅뚜벅 가야겠다.

    - 전당대회 레이스는 계속 뛰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를 고민한다는 뜻인가.
    ▶그것(전대 경쟁)도 깊이 검토해봐야겠다.

    - 레이스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 전당대회를 계속 뛸지 말지 고민이라면, 언제쯤 입장을 결정하는가.
    ▶내일 토론회가 오후에 있으니까 그 안에는 결정하겠다.

  •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5일 의원총회장에 들어와 착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5일 의원총회장에 들어와 착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김무성 의원

    - 오늘 전당대회 연기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다.
    ▶전당대회를 연기해서 당대당 통합에 대한 노력을 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출마자 중에서 연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 결렬이 됐다.

    - 결심(탈당)을 내일 하느냐.
    ▶내일 (보수)통합을 선언하고, 절차에 들어가겠다.

    - 210여 일만에 당이 깨지는 상황으로 가게 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가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탓이라고 자인한다. 현재 주어진 상황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를 지지해줬던 보수 계층 국민들이 무조건 통합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 뜻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수의 개혁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도록 하겠다.


    ◇하태경 의원

    ▶전당대회의 연기는 후보자들 간에 합의가 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건이 아니다.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고, 그 전제 하에서 각자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결론이 됐다.

    탈당파도 일부는 전당대회 연기에 대해서 적극 지지하지 않는 분도 있었고, 지지하는 분도 있었다. 남는 분도 '당이 쪼개지니 (전당대회) 연기가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분도 있었다.

  • ▲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이 5일 의원총회 도중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이 5일 의원총회 도중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황영철 의원

    ▶오늘 바른정당 의원총회를 통해 끝까지 당대당 통합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오늘 의원총회를 통해 더 이상 당대당 통합을 위한 전체의 움직임이 어렵다 생각해서 통합을 추진해왔던 통합파 의원들끼리 입장을 모았다.

    내일 오전 10시에 통합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다. 지역위원회에 가서 같이 바른정당에 입당했던 지방의원들과 함께 탈당계 제출을 위한 작업을 하고, 8일 오후에 탈당계를 제출할 생각이다. 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복당)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오늘 함께 하기로 한 의원은 김무성·김용태·김영우·강길부·정양석·주호영·이종구·홍철호·황영철 9명이다.

    오늘 바른정당 소속 현역 의원 20명이 함께 길을 가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결정에 뜻을 모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른 길을 가지만, 더 큰 보수통합의 당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놓지 않고 있다.

    앞으로 보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고 더 큰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발걸음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포함한 다수의 의원들은 끝까지 전당대회 연기와 통합추진위원회 구성을 다수의 뜻으로 모아 당론으로 가자고 했으나, 동의할 수 없다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소수라고 막을 수는 없었다. 다수의 뜻과는 다르긴 하지만,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자 하게 됐다.

    내일 통합 선언을 하고 지역에 내려가서 뜻도 모으고 확인을 해야 하고, 동참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8일 오후쯤에나 마무리가 된다.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와 김용태·강길부 의원이 통합추진위원으로 결정됐고, 한국당에서 이미 선출한 통합추진위원 세 분과 8일 조찬회동에서 구체적인 협의를 할 것이다.

    입당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가 있을 수 있고, 통합추진 과정에서 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살리느냐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전당대회까지 하고 (대표직을) 넘겨주는 게 맞는지, 그 전에 (탈당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 아직 결심은 못했다. 내가 당을 지키지 못한 책임도 있다.

    하여튼 원내대표직은 곧 사임하겠다. 그 다음에 나도 (탈당을) 같이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전당대회까지 자리를 지켜주는 게 맞는지 고민은 하고 있고 상의를 하고 있다.

    통합에 뜻은 같이 하고, (탈당을) 할 것이다.

    - 8명이 탈당할 때 (같이 할지는) 결정을 안 한 것인가.
    ▶(참담한 표정으로) 그것은 고민을 좀 해보겠다. 상의를 한 번 해보겠다.

    - 원내대표직 사임은…
    ▶(감정이 북받치는 표정으로 질문을 자르며) 좀 묻지 말아달라.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 조금… 너무 잔인하다.